“아임 노 해피”…‘1947 보스톤’ 하정우에게 ‘애드리브’란 [MK★인터뷰]
배우 하정우, 손기정 감독 역 열연
태극마크를 단 서윤복 선수가 피, 땀, 눈물이 섞인 레이스 끝에 국제 마라톤 대회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의 감동은 짜릿함 그 이상이었다. 이미 알고 보는 마라톤 이야기이었지만, 영화를 집중하게끔 만드는 힘은 달랐다. 광복 이후, 손기정 감독과 남승룡 코치, 서윤복 선수의 여정을 담은 영화 ‘1947 보스톤’, 그 중심에는 배우 하정우가 있었다.
영화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극중 하정우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1947년 보스턴의 기적을 이끄는 손기정 감독 역을 맡았다. 그는 해방된 조국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첫 국제 대회인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감독 명찰을 달고 서윤복을 이끌며 빼앗긴 영광을 되찾기 위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서윤복으로 분한 임시완과의 호흡도 좋았다. 극중 손기정과 서윤복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고, 보스톤까지 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과연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이 여정을 같이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차갑고 뜨거운 냉온(冷溫)의 온도로 표현한다면 점점 두 사람의 온도가 가까워지면서 보여주는 시너지는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 강제규 감독의 작품을 해보는 걸 ‘꿈’이라고 표현했었다.
대학교 선배님이시기도 하고 신인 때부터 오며 가며 인사드리고 했었다. 2003년, 2004년 쯤 압구정동 갈비집에서 밥을 먹으러 갔는데, 강제규 감독과 무리들이 열띤 토론을 하는 걸 봤다. 그때 한창 오디션을 보러다닐 때였는데, ‘나도 감독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간 불러주시겠지, 언제 불러주시나 기다리다가 이번 작품 때 드디어 왔다. 15년 만이었다.
역시 선배님답게 말씀이, 디렉션이 주요할 때가 있었다. 크게 말씀을 많이 하시는 분이 아니신데, 짚어주는 게 놀라웠었다.
#. 손기정 선생님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 영화 찍기 전에 마라톤 풀코스를 뛰어봤다. 2018년 12월. 호놀룰루 마라톤이었는데, 어떤지에 대해 느껴보고 싶었다. 뛰다가 걷다가 했지만 보통 일이 아니더라. 굉장히 힘들었다. 전 6시간 만에 들어왔는데 뛰고 들어오자마자 잔디밭에 누워 한 시간 동안 꼼짝을 못했다. 2시간에 들어오려면 100m를 18초 페이스로 뛰어야 한다.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건데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 그래도 그 경험이 도움이 됐을 것 같다.
그 맛을 봤었으니 촬영할 때 저 느낌이 어떤 느낌이겠구나를 알 수 있었다. 임시완 같은 경우는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았다. 그 프로그램을 잘 소화했었다. 실제 촬영을 할 때 싱크로율이 똑같아서 놀라웠다.
#. 손기정 선생님의 삶에 대해 찾아본 게 있는지.
손기정 선생님께서 워낙 유명한 분이시고 영웅이시지 않냐. 손기정재단에 계신 분들을 통해서 살아서 어떠셨고 어떤 삶을 사셨고 그런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제작사, 감독님께서도 그분의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있었다. 손기정 선생님 재단이 있고 남아있는 가족들이 있고 너무나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연기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이건 선생님이 보고 계시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 하면서 그러면서 선생님이 이럴 땐 어떤 심정이었을까, 베를린 올림픽 마치고 일장기 달고 강요받아 방송을 하고 앞잡이 시키려고 한 것을 거부하고 반대로 그거 때문에 핍박받기도 했다. 방황하다가 서윤복이라는 사람을 만나서 보스톤에 출전시켜 태극마크를 달게 하기까지, 엄청난 갈등과 고난의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 표현하기가 조심스러웠던 건 사실이었다. ‘이렇게 해도 돼요?’ ‘이러셨었냐’ ‘이 정도로 표현해도 되냐’ 등을 물어보면서 연기했다.
#. 그렇게 완성된 작품에 만족하는지?
소재가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소재가 물론 마라톤 승리, 만세 느낌이 아닌가. 뻔한 스토리, 뻔한 터치감일까 했는데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쿨한 느낌이었다. 영화 결과물을 보고 나서는 너무 쿨한 느낌이어서 제가 생각했던 결과물과는 캘리포니아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 무릎 부상이 있었지만, 잘 마무리 됐다.
2019년 상반기 ‘백두산’ 촬영 중 액션신을 찍는데 자갈밭이었다. 뛰다가 돌을 잘못 밟아서 무릎이 살짝 손상이 됐던 것 같다. 그게 큰 충격이었다. 응급처치를 받고 계속 촬영하다가 마지막 날 뛰다가 방향 전환을 하다가 무릎에 뚝 소리가 났다. 그대로 주저 앉았었는데, 촬영은 끝까지 마무리했다. 다음날 병원에 가니 연골판이 찢어졌다고 하더라. 수술 후 재활하고 두 달 있다가 ‘보스톤’ 촬영에 들어갔다. 목발을 한 달 동안하고 다녔다. 뛸 수 없는 상태였는데 재활을 하면서 촬영을 했다. 재활치료사가 촬영장에 와서 도와주기도 했다. 지금은 완쾌다. 농구만 하지 말라고 해서 농구는 은퇴하고 골프에 있다. 극중 보스톤 대회에서 마라톤 중인 서윤복 곁에서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은 원래 같이 뛰는 장면이었다.
싹싹하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미워할 구석이 없는 친구다. 적당히 엉뚱하고 리액션도 좋고, 성실한 막내 후배 같은 느낌이었다.
#. 완성본을 본 뒤 칭찬을 했다고?
본인이 배우 일을 하는데 있어서 진심이고 순수한 열정이 고스란히 영화 속에 담겨져 있었다. 그게 이 영화의 감동 포인트가 아닌가 싶었다. 굉장히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멋지게 표현해줘서. 그런 부분을 보고 카톡을 보냈다. 예상했던 대로 답이 왔다. 형 덕분이다. 영광이다. 감정이 울컥했다고 하더라. 하하.
#. 곳곳에 웃음 코드가 영화의 지루함을 씻어줬다. 특히 ‘아임 노 해피’가 인상적이었다.
‘아임 노 해피’는 애드리브였다.
시나리오를 많이 보는 편이다. 보면서 더 좋은 대사가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같다. 대사 한마디가 주는 힘이 크기 때문에, 대사의 그 캐릭터가 그 단어를 쓰고 표현했을 때의 파급력, 캐릭터를 대변해준다던지 재미를 줄 수도 있는 거고. 연구해서 감독님들에게 검사를 받는다. 제 기억으로는 아임 해피, 아임 러너 같이 상의를 했던 것 같고 아임 해피가 있어서 아임 노 해피가 나온 것 같다.
#. 아직 ‘1947 보스톤’을 보지 않은 예비 관객들에게 작품의 강점을 소개하자면?
쉽게 관람할 수 있는 감동적인 드라마가 아닌가. ‘1947 보스톤’은 스포츠 영화라기보다 휴먼드라마에 더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재밌게 부담 없이 큰 고민 없이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손진아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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