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콩팥팥’ 나영석표 리얼리티는 유튜브를 닮았다[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3. 10. 1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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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PD의 새 예능 tvN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포스터. 사진 tvN



나영석PD의 현재를 잘 살펴보면 그가 ‘프로듀서’가 아닌 ‘크리에이터’임을 알 수 있다. 여기 ‘프로듀서’와 ‘크리에이터’의 차이는 그가 주인공이 되냐 아니냐의 차이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프로듀서’ 즉 PD 나영석은 다른 출연자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조직해 결과물을 내는 사람이고, ‘크리에이터’ 나영석은 그 스스로가 주인공이 돼 콘텐츠 생산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KBS에서 tvN으로 적을 옮겼다 지금은 CJ ENM의 산하 스튜디오 ‘에그이즈커밍’에 속해있는 나영석PD의 최근 작업은 여느 유튜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유튜버’ 나영석으로 불러도 된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여러 코너를 운영하고 있고, 라이브 방송도 켠다.

나영석PD의 새 예능 tvN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포스터. 사진 tvN



TV PD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그는 작업방식에도 변화를 꾀했다. 지난 13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tvN 예능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이하 콩콩팥팥)은 그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유튜브 정서의 TV 이식’, 그의 새 작업물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런 식이다.

‘콩콩팥팥’은 배우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 김기방 등 절친한 네 명이 강원도의 모처에서 500여 평의 밭을 갖고 작물을 생산하는 과정을 다뤘다. 사실 여기서 농사는 ‘미끼’일 뿐 프로그램은 네 명의 캐릭터를 소개하고, 캐릭터들이 부딪치거나 화합할 때 나오는 시너지를 쫓는다.

따지고 보면 나영셕PD의 지금까지 결과물과 ‘콩콩팥팥’은 그리 다를 게 없는 구성이다. 시골에 간다는 설정, 농사를 짓고 밥을 해 먹는 과정은 이미 ‘삼시세끼’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홈비디오’를 강조했다.

나영석PD의 새 예능 tvN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1회 주요장면. 사진 tvN 방송화면 캡쳐



내용은 다를 바 없지만, 형식은 많이 바뀌었다. 일단 제작진을 30명 규모에서 단 8명으로 줄였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를 세워놓고 찍는 전통적인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작가든 PD든 촬영이 익숙하든 아니든 카메라를 들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거침없이 흔들리며 인물들을 찾아가는 ‘핸드헬드’ 앵글이다. 여기에 자막 역시 전통적인 종합편집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처럼 단순하다. 또한 장소를 구축하는 인서트 장면 역시 보기 쉽지 않다. ‘콩콩팥팥’ 앵글의 호흡은 시종일관 피사체를 쫓아가며 가쁜 모습이다.

이러한 장면은 우리가 수많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본 적이 있는 화면이다. 보통 1인 크리에이터가 중심이 되는 유튜브는 카메라 두 대를 돌릴 여력, 인력이 없다. 그러다 보니 1인칭 화면으로 주인공과 주변을 카메라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찾는다. 이러한 앵글이 TV에선 낯설지만, 유튜브에 익숙한 지금의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잘 맞는다.

거기에 전통적인 캠코더로 촬영한 듯한 화면은 마치 걸그룹 뉴진스의 ‘디토(Ditto)’ 뮤직비디오를 보듯 거칠고 복고의 느낌이 살아있다. 나영석PD는 “괜히 시도해봤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 양식은 유튜브 생태계에서 많은 형식을 배워온 그가 TV에 이를 적응시키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나영석PD의 새 예능 tvN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1회 주요장면 사진 tvN 방송화면 캡쳐



김태호PD 사단 TEO의 유튜브 콘텐츠 ‘유튜브 총회’에서 초대손님으로 나온 여행유튜버 ‘곽튜브(곽준빈)’은 회의실을 잔뜩 채운 카메라들을 보고 “이 카메라 싹 다 치우고 두 대만 놓고도 촬영할 수 있다”고 했다. 제작비용의 효율성을 제외하고라도 핸드헬드 양식에 익숙한 지금의 시청자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콩콩팥팥’의 형식은 이를 TV판으로 잘 구현하고 있다. 내용상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형식에서 이 프로그램은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나영석PD의 도전은 이렇게 또 최신의 취향을 따라가도록 설계되고 있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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