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패하고 지휘관 교체했다면 칠천량 해전 없었을 것···보수 위기”

“안철수 공격? 비대위원장 달라는 것이라고 본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중 해병대 채모 상병, 서이초 사건 등을 이야기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의 상황에 대해 “조선 수군이 예전에 억지로 부산에 쳐들어가려고 그러다가 몇 번 패하고 배를 잃고 이런 적이 있었다”며 “그때 지휘관을 교체했다면 칠천량 해전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당연히 원균 얘기인데 저는 사실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렇게 계속 가면 보수가 상당한 위기를 느낄 수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00(석) 언더(아래)면 우선 개헌 저지선이 뚫린다. 탄핵 저지선이 뚫리는 것이다. 거기다 더해서 (대통령 법안) 거부권이 무력화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기자회견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이번 보궐선거의 참패 책임이 예를 들어 대통령에게 있다고 판단한다면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안 하지 않나”라며 “그때 되게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훈 대령의 채 상병 수사에서의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 예전 윤석열 대통령이 스타검사였던 시절의 모습과 가장 맞닿아 있다”며 “그런데 이 사람을 대통령이 저렇게 방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진행자가 ‘(정부·여당의)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라고 묻자 “그건 제 알 바가 아니다”라며 “그런데 누군가는 이 얘기를 해야 한다. 성찰적인 보수가 있고 이게(선거 결과가)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는 걸 얘기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 체제의 2기 지도부에 대해서는 “길게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결국 지금 대통령은 어쨌든 이 지도부를 끌어내리기 어렵다. 왜냐하면 전당대회 때 이 사람들을 (지도부로) 만들려고 어떤 방법을 써서 대통령실에서 개입했는지 알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제명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가만히 있었는데 누가 와서 멱살 잡는 것”이라며 “안 의원이 홀로 역성혁명을 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기현 지도부는 되게 열 받아야 한다. 김기현 지도부가 무너진다고 예상하고 ‘나에게 비대위원장을 주십시오’ 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