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外[신간]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최의택 지음·교양인·1만6800원
이렇게 ‘깨발랄’하게 장애를 말할 줄이야. 능변가 앞에서 혼이 쏙 빠지는 느낌이다. “글쓰기가 가장 만만했다”라는 그는 사실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 읽고 쓰기다. 엄마가 마우스 위에 오른손을 올려주면 온 힘을 다해 커서를 옮기고 왼손에 체중을 싣듯 키패드 스위치를 눌러 글을 쓴다. 근육병(선천성 근위축증) 때문에 늘 휠체어를 탔지만, 초등학교 땐 반장을 도맡을 만큼 ‘나댔다’. 대화체가 어색하다는 지적에 랩을 연습했던 좌충우돌 작가 성장기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에게 글쓰기란 “왜 사는지 자신을 설득하는 일”이다. 영화 <미 비포 유>를 빗댄 미래 고민에서 진지함이 묻어난다. SF문학상 대상을 받은 <슈뢰딩거의 아이들>은 분명 있지만 보이지 않는 장애인의 현실에 빗대 제목을 달았다. 이번 에세이를 통해 “분류로서만 존재하는” 장애인들이 이름을 찾고 “따옴표를 벗어던지”기를 함께 소망한다.
▲MBC를 날리면
박성제 지음·창비·1만7000원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매도하는 행태가 본격화한 것이 아마 그때부터였을까.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멀쩡한 귀를 의심해야 했던 그날 말이다. 한 방 날리는 듯하지만, 위기감도 주는 제목의 이 책은 그날 아침 임원회의 중이던 MBC 사장 휴대폰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번호가 찍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해직 기자 출신이 보도국장과 방송사 사장을 거치며 어떻게 MBC를 바꾸려 싸웠는지 기록했다. 서슬 퍼런 칼날 앞에 선 언론의 앞날을 고민하게 한다.
▲사는 동안 행복하게
손서영 지음·린틴틴·1만6000원
영국에서 동물 복지를 공부하고 돌아온 수의사가 시골에 숲속 동물병원을 열었다. 행복하게 뛰노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며 도시에서 성공하려던 꿈을 버렸다. 개 32마리, 고양이 7마리 대가족의 소소한 일상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 | 고기복 외 지음·후마니타스·2만원
똑같이 일하고 배우며 하루를 살아가지만, 다른 나라에서 왔기에 타인 취급을 받는 이들. 이제는 인구의 4%를 차지하는 이주민들의 내밀한 삶을 22명의 작가와 연구자가 들려준다. 다양성을 담은 다섯 색 표지로 인쇄했다.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 자미라 엘 우아실, 프리데만 카릭 지음 김현정 옮김·원더박스·2만7000원
사람은 왜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들까? 그게 생존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신화와 전설, 영화와 소설, 뉴스와 광고, 언론 보도와 정치의 세계를 둘러싼 익숙한 서사 구조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재구성했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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