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긴 하는데…' 컬리, 패션에 손 못 대는 '찐' 이유
'고마진' 패션, 컬리에 매력적 카테고리
시너지 낮고, 경쟁자 넘치는 시장 '고충'
컬리가 뷰티에 이어 패션에도 손을 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패션은 보통 뷰티와 함께 마진이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 거래액 증가와 흑자전환을 동시에 이뤄야 하는 컬리 입장에서 매력적인 카테고리다. 이른바 '컬리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히기도 쉽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패션은 기존 신선·뷰티 카테고리와 MD(상품기획) 물류 등 분야에서 큰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만큼 투자금도 많이 든다. 컬리의 현 재무 상황에서 리스크가 많다는 게 지배적 견해다.
'랄프로렌' 판매 나섰던 컬리
18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7월 '폴로 랄프로렌' 팝업을 열고 주요 상품 40여 종을 할인 판매했다. 컬리가 브랜드 의류를 판매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전까지 컬리는 아동복이나 자체 브랜드(PB)를 통해서 양말, 티셔츠 등만 선보였다. 이번 팝업은 판매자가 상품을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주문 뒤 도착까지 2~5일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컬리가 앞으로 패션 확장에도 본격적으로 나설지 관심을 모은다. 실제로 컬리는 앞서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을 토대로 취급 제품을 꾸준히 넓혔다. 여행상품, 가전, 반려동물용품, 화장품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지난해 말에는 화장품 전문 플랫폼인 '뷰티컬리'를 공식 오픈했다. 현재 컬리의 두 번째 버티컬(전문몰)로 자리잡았다.
이번 행사를 두고 일각에선 컬리가 패션 확장 전 실험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팝업 등 간접 행사를 통해 사전 조사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패션컬리' 등 여러 추측도 나왔다. 컬리 관계자는 "패션 카테고리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있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시장 상황을 보면서 확장 여부를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컬리는 패션이 하고 싶다
컬리의 패션 확대는 아예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패션은 고마진인 데다 신선식품 대비 보관비용이 적게 든다. 이 때문에 적자 규모가 큰 이커머스들은 패션으로 카테고리 확장을 꾀하고 있다. 쿠팡이 대표적인 사례다. 쿠팡은 지난해 이를 위해 별도의 '로켓 그로스 패션팀'을 신설했다. 이후 여러 패션 브랜드를 유치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컬리 역시 패션에 대한 니즈는 충분하다. 컬리는 현재 기업공개(IPO) 재도전을 앞두고 있다. 외형 확대와 내실을 동시에 잡을 전략이 절실하다. 카테고리 확장으로 거래액을 늘리면서 동시에 흑자전환도 이뤄내야 한다. 뷰티컬리를 선보였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컬리의 '넥스트 스텝'이 패션이 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는 셈이다.
패션은 컬리의 플랫폼 성격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컬리가 꾸준히 내세우고 있는 강점은 엄격한 상품 큐레이션 파워다. 보랏빛으로 불리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를 패션에 이식하면 소비자에게 새로운 소구력이 될 수 있다. 특히 패션은 새벽배송 주문대 이후의 빈 공백 시간을 메워주는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패션에 손 못대는 '고충'은
그럼에도 업계는 컬리의 패션 확장에 여러 한계점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컬리의 자금적인 여력이다. 컬리는 최근 상품 취급 영역을 넓히고 물류센터 확장에도 나서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왔다. 이 때문에 누적 적자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컬리의 영업적자는 전년보다 158억원 증가한 2335억원을 기록했다.
패션이 기존 카테고리와 호환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전문몰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존 카테고리와의 시너지를 고려해야 한다. 신선식품에서 뷰티는 비교적 확장이 용이한 분야였다. 고객층이 30~40대 주부로 비슷한 데다 두 상품군 모두 새벽배송 수요가 높아서다. 반면 패션은 고객층이 넓고 새벽배송 수요도 크지 않다.
컬리가 패션에 진출하기는 이미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온라인 패션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의 온라인 몰은 물론 무신사로 대표되는 버티컬(전문몰) 커머스에 네이버, 쿠팡 등 커머스가 시장을 차지한지 오래다.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 이제 시장에 진입하기는 위험부담이 큰 셈이다.
커머스 관계자는 "뷰티와 신선식품은 사이즈가 작기도 해 배송할 때 건당 단가를 높이는 등 물류 효율을 올릴 수 있지만 패션은 반품과 재고 부담도 있어 기존 카테고리와 시너지를 이루기 힘들 것"이라며 "단순 브랜드만 이어주기에는 이미 시장에 강력한 플랫폼이 많아 컬리가 경쟁력을 드러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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