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발 빼다가 유턴? 딜레마 빠진 바이든 중동 정책[딥포커스]

강민경 기자 2023. 10. 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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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이 또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과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에서는 상대적으로 힘을 빼는 모양새였는데 더는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이번 갈등으로 미국은 중동 내 군사력 운용 방안을 재고해야 할 수도 있으며,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장기 최우선 과제인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과 대중국 견제책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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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크라이나 지원책과 대중국 견제책 시험대 올라
"중동 내 미군 자산 미미한 수준…현재로서는 강력한 주둔 필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 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7일 (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2023. 10.17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이 또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과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에서는 상대적으로 힘을 빼는 모양새였는데 더는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분쟁에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개입을 암시하는 등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지역에 군 자산을 재배치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최근 미국은 중동에 핵추진 항공모함 2척을 동지중해 이스라엘 인근 해역으로 배치했다. 또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 후방 지원을 위해 미군 병력 2000명에 전개 준비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복수의 미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 병력들이 군 자문과 의료 지원, 폭발물 처리 등의 임무를 담당한다고 전했다. 전투 보병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란과 헤즈볼라 등의 개입을 견제하려는 일시적인 움직임이기는 하지만,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위기는 단기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WSJ는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인 커뮤니티 지도자들과 모임서 "이스라엘의 안보와 유대인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내 약속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2023.10.12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미국 우크라이나 지원책과 대중국 견제책 시험대 올라

이번 갈등으로 미국은 중동 내 군사력 운용 방안을 재고해야 할 수도 있으며,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장기 최우선 과제인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과 대중국 견제책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년 전부터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 인도·태평양에 집중해 온 미국이 초점을 다시 중동으로 옮겨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중동의 현 사태를 수습하고 동시에 우크라이나도 지원할 수 있는 군사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CBS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전직 군 사령관들 사이에서 미국이 이란을 염두에 두고 중동 내 군사력을 상당한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프랭크 매켄지 전 미국 중부사령관은 "이 지역에서 우리의 태세는 변화를 만든다"며 "이란은 우리가 하는 일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우리가 (중동에서) 병력을 감축하고 아시아·태평양에만 초점을 두게 되면 이 지역의 잠재적인 적들에게 자신감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군이 철수를 완료한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공항에서 탈레반군이 경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중동 내 미군 자산 미미한 수준…현재로서는 강력한 주둔 필요"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등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이라크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였다.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에 군 자산을 집중 배치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기조가 본격적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미 국방부의 안보전략은 중국과 러시아 억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동시에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는 등 이란과 대립각을 세웠다.

바이든 행정부 또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등 중동에서 미군을 철수했고 인도·태평양에 정책적 초점을 뒀다.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을 무력 침공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은 중동 지역에 있던 해군 자산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미국은 지난해 이라크·쿠웨이트·요르단·사우디에서 8개 이상의 패트리엇 방공 포대와 관련 부대를, 사우디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철수했다.

미 국방부는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병력을 다시 중동으로 급파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지역에 장기 주둔하는 해군 자산과 항공기는 전반적으로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중동에 강력한 미군의 주둔이 필요한 상황이며, 관건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 확대될지 여부에 있다고 제언했다.

엘리엇 코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중동은 석유와 이슬람 테러, 이스라엘 때문에 중요한 것"이라며 "우리가 이 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항상 잘못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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