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이태원 참사 1년…핼러윈 축제 놓고 갑론을박
(서울=연합뉴스) 윤성우 인턴기자 = "핼러윈 때 이태원에 가는 건 개념 없다" "가는 걸로 눈치 주는 게 더 이상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2주 앞으로 다가온 핼러윈 축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방문해도 좋다는 의견이 있지만, 추모 1주기에 축제를 즐기러 가는 것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높다.
2년 전 핼러윈 때 이태원을 다녀온 대학생 이모(26)씨는 "올해는 차분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공동체적인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놀이공원·지역축제·유통업계 등에서도 '핼러윈 지우기'에 나섰다. 지난해 핼러윈을 앞두고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던 모습이 대부분 사라졌다. 소비자 '역풍'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KT는 알뜰폰 고객서비스 채널에서 핼러윈 이벤트를 운영하다 논란이 일자 행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태원에서도 지난해까지 핼러윈 보름 전 열렸던 '지구촌축제'가 개최되지 않는다. 축제를 주관했던 용산구는 올해도 축제 계획안을 마련하고 각 부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통과되지 않아 무산됐다.
반면 작년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던 유족들과 상인들 상당수는 추모와 상생을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이 예전처럼 이태원을 찾아주는 게 좋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이태원 상인 "많은 이들 모여 즐겨달라"
핼러윈을 바라보는 이태원 상인들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의 편의점 주인 배광재씨는 "어디보다 안전한 이태원이 돼 가고 있으니, 자유롭게 찾아왔으면 좋겠다"며 "현재까지도 어렵게 느끼는 상인들이 많지만,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놀고 싶다, 이태원' 기록단의 운영팀장 이상민(28)씨는 "인터뷰에서 만난 상인들은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핼러윈 축제는 없어지지 않고 유지되면 좋겠다고 말한다"며 "많은 이들이 찾아 즐겁게 있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태원 상인과 현지 주민들을 만나며 기록을 남기는 시민 활동을 하고 있다.
배광재씨와 이상민씨는 추모 1주기를 맞아 지난 16일 서울시청 분향소에서 열린 이태원 상인·주민과 함께하는 토크 추모제에 각각 이태원 상인 대표, 주민으로 참여했다.
이태원에서 만난 음식점 상인 이모(48)씨는 "최근에서야 올라온 분위기가 다시 침체할까 걱정"이라며 "추모와 핼러윈 문화는 공존해야 하고, 그것이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길"이라고 했다.
이전처럼 축제를 즐기기 어려울 것이란 반응도 있다. 이태원에서 기념품을 파는 한 상인은 "추모와 신나는 축제를 병행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엔 조용하게 지나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했다.
유가족 "이태원 많이 찾는 건 우리도 긍정적"
시민들의 우려와 달리 이번 핼러윈에도 이태원을 찾아 달라는 유가족들이 많다. 159명이 숨진 참사의 원인은 핼러윈 축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발 방지를 감시하고 추모·상생을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중요하다고 했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축제에 많은 사람이 예전과 같이 참여해 즐겼으면 한다"며 "다만 이번에도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작년처럼 무책임한지를 보고, 만약 그렇다면 질타하는 과정을 국민들이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딸을 잃은 최정주(54)씨는 "우리가 이태원에서 무거운 존재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핼러윈 시기에 이태원에서 축제를 즐기면서 이번에 설치되는 '기억과 안전의 길' 추모 공간에서 함께 기억하길 바랄 뿐이다"라고 했다.
언니를 잃은 유가족 유모(26)씨는 "핼러윈 축제를 하는 것에 유가족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그냥 자연스럽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사람이 모이는 것은 막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오는 29일까지 집중 추모 기간을 열고 22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추모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1주기를 앞둔 26일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현장에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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