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비싸서 우리애 비만 치료 못해요”…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
미성년자 환자 치료 시급한데
보험 적용안돼 경제적 부담 커
방치하면 사회적 비용 늘어나
17일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들의 비만 유병률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남학생의 경우 2011년 6.8%였던 비만 유병률은 2021년 17.5%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여학생의 유병률은 4.2%에서 9.1%로 상승했다. 최근 10년사이 성별에 상관없이 비만을 앓게 된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2배이상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2단계 비만(고도비만)과 2형 당뇨병 환자들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2018년 1.3%였던 여학생의 고도비만 비율은 2020년 3.2%로, 같은 기간 남학생의 비율은 1.4%에서 2.8%로 각각 상승했다. 고도비만은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 지수(BMI)가 30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홍용희 순천향대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형 당뇨병을 앓는 소아청소년 환자도 최근 15년사이 4배이상 증가했다”며 “청소년기에 비만할수록 중년기에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사망하게 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반드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시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6~11세 소아청소년들의 탄산음료 섭취 주기는 평균 주 1~2회, 12~18세는 주 2~3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루 3회이상 채소를 섭취하는 비율은 남학생의 경우 지난 10년새 17.7%에서 9.7%로, 여학생은 15.4%에서 6.9%로 반토막났다. 최근 마라탕과 탕후루, 스무디로 이어지는 10대들의 외식 코스도 비만을 야기하는 생활 방식으로 꼽힌다.
청소년 시기에 비만을 앓으면 수면 무호흡, 고혈압, 담석, 이상지질혈증, 비알코올성 간질환, 관절질환 등의 합병증이 동반될 확률이 일반 성인보다 높다. 이는 10대들의 비만 치료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소아 비만 문제로 손실된 사회경제적 비용은 1조3600억원에 달한다. 청소년 비만은 열등감, 우울증, 낮은 자존감, 부정적 자아관 등 정서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크다. 또 따돌림이나 학교폭력 등과도 결부되기 쉽다는 점에서 어른들의 관심과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의 경우 처방 가능한 청소년의 조건으로 △만 12세 이상 △60kg 이상 △성인의 BMI 30kg/㎡에 해당하는 비만도로 엄격하게 규정하면서도 정작 ‘비급여’로 묶고 있다.
의료계에선 보건당국이 우선 치료가 시급한 소아비만 환자의 경우부터라도 각종 진료행위와 치료제들을 급여 영역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경곤 가천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은 자살사고까지 초래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업무 등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잘못 인식돼 있어 보험 급여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며 “비만 치료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정부가 급여로 통제하지 않다 보니 약값이 굉장히 비싸서 비만율이 높지 않은 부유층에서 주로 소비하고 정작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소외당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비만 진료 가운데 급여화된 행위는 비만대사수술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만 18세이상부터 받을 수 있어 대부분의 소아청소년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소아비만 환자들의 진료 상담과 교육 비용, 합병증 조기발견을 위한 선별검사 비용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국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 교수는 “소아기 비만이 지속되면 지방세포 수가 늘고 크기도 커져 비만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체중을 감량해도 지방세포 수가 줄어들지 않아 재발이 쉽게 일어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소아 환자는 성인과 달리 키가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생활습관 개선을 포함한 비만 교정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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