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업계, 3분기 엇갈린 성적표…제과·빙과 ‘방긋’ CJ제일제당·주류는 ‘우울’
CJ제일제당·하이트진로, 수요 부진에 원가부담까지 겹쳐
4분기부터 회복 기대…업황 개선되고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방어
해외 자회사 지분 사고 팔고…사업재편으로 실적 안정화 기대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물가·금리·환율·유가 등 이른바 ‘4고(高)’ 현상으로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올해 3분기 식음료 업계에서는 제과·빙과 등 주요 업체들의 실적 선방이 예상된다. 반면 CJ제일제당(097950)과 하이트진로(000080)·롯데칠성(005300)음료 등 주류업계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바이오와 피드앤케어(F&C) 부문의 수요 부진에 더해 원가부담까지 겹쳤고, 주류업계는 수입 원자재 및 주정가격 상승 여파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다만 4분기부터는 바이오 부문의 업황 개선과 맥주 및 소주가격 인상 등에 힘입어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CJ제일제당의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 지분 매각과 롯데칠성음료의 필리핀펩시 독자 경영권 확보 등의 행보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004370)과 빙그레(005180)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전망치)는 각각 487억원, 44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8.3%, 72.7% 증가할 전망이다. 롯데웰푸드(280360)의 영업이익도 전년동기대비 31.2% 늘어날 전망이며 오리온(271560)도 같은 기간 17.5% 성장이 기대된다.
제과·빙과(아이스크림) 업체들은 동남아,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의 견조한 실적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공장 건립 등 생산설비 투자도 잇따르면서 현지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다. 대상(001680)과 동원F&B(049770) 등 종합식품업체들도 각각 18.4%, 15.2%의 영업이익 증가세가 기대된다.
반면 CJ제일제당의 3분기 영업이익은 3950억원대에 그쳐 4000억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8.2% 줄어든 수치다. 식품 등의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환율과 원당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바이오 부문은 라이신 등 주요 아미노산 업황 부진과 원가부담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5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F&C 부문의 영업이익도 50% 넘게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말부터 시작한 국내 가공식품의 역성장이 2분기를 기점으로 해소될 것이라 기대했다”면서도 “예상보다 역성장이 길어지면서 3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3분기 영업이익도 시장기대치를 밑돌 전망이다.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31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롯데칠성음료도 830억원대에 그쳐 컨센서스(877억원)에 다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류, 농축액 등 수입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고, 고유가 영향으로 물류비 상승 여파도 덮친 탓이다. 소주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주정가격이 올라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했다. 10개 주정회사가 공급하는 주정을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해 10년 만에 주정값을 7.8% 올렸고, 지난 4월에도 평균 9.8% 올렸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이 모두 인상될 요인만 수두룩한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4분기부터 회복 기대…업황 개선되고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방어
다만 CJ제일제당과 주류 업계도 올 4분기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원가 부담이 완화되고, 주요 제품의 판매가격은 오르면서 실적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부터 곡물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가공식품도 월별로 판매량 감소폭이 축소되고 있어 4분기부터는 ‘플러스 전환’이 기대된다는 판단이다. 또 바이오 부문에서 라이신 등 주요 아미노산 가격이 반등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아미노산 가격 변동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부터 본격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이에 더해 CJ셀렉타 지분 매각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두박 가격에 따라 실적 변동이 컸던 CJ셀렉타를 정리하고, 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수익 스페셜티 아미노산·솔루션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실적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정부의 양돈시장 개입으로 라이신 등 아미노산 판가 강세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4분기부터 내년 3분기까지 바이오 실적 모멘텀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류 업계는 연내 맥주 및 소주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앞서 가격 인상을 단행한 오비맥주의 인상률 6.9%를 맥주와 소주에 동일하게 적용하면 하이트진로의 내년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 대비 29%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오는 11월 선보일 클라우드 브랜드의 맥주 신제품 효과와 4분기부터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되는 필리핀펩시 실적 편입 효과가 기대된다. 필리핀펩시는 올해 1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올 상반기 기준 7.7% 수준이었던 해외매출 비중도 연말에는 15%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심 연구원은 “필리핀펩시의 연평균 10% 정도의 빠른 매출성장과는 다르게 부진했던 영업이익은 롯데칠성의 노하우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며 “롯데칠성의 자체 음료와 소주제품의 현지 생산 구조가 갖춰지면 물류비가 절감되고 생산 효율이 증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후섭 (dlgntjq@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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