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경쟁 내몰린 이커머스시장…인수·상장 추진 사활

큐텐, 11번가와 5천억원대 지분 인수 협상…실사 개시
SSG닷컴, 내년 상반기 상장 재도전…컬리도 IPO 재추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유통업계 공룡'으로 성장한 쿠팡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이커머스업계에 또 한 번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생존 경쟁에 내몰린 업체들이 합종연횡으로 몸집 키우기를 모색하거나 미래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새판짜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몸집 불리는 큐텐, 11번가까지 가져가나

이런 시장 변화의 중심에는 11번가가 있다.

18일 유통·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모기업인 SK스퀘어는 지난달 말부터 큐텐과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다.

큐텐이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18.18%를 얼마에 사들이느냐가 관건이다.

SK스퀘어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천억원을 투자받으면서 해당 지분을 넘겼다.

당시 투자 약정상의 조건은 5년 내 기업공개(IPO)이다.

SK스퀘어는 그러나 IPO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기한인 지난 달 30일까지 IPO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보유하던 11번가 지분을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SK스퀘어는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투자금 회수 시한을 연장해주면서 일단 한숨 돌린 상황이다.

큐텐은 이달 초 11번가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실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에 한두달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연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투자금 문제가 정리되면 11번가는 재무적 리스크 없이 미래 성장 전략과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차후 IPO를 다시 한 번 노려볼 수도 있다.

현재 11번가의 기업가치는 1조원대로 추산되지만 성공적인 IPO를 위해서는 몸집을 최소 3조원 안팎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장에서는 큐텐의 '문어발식' 확장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싱가포르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 주력해온 큐텐은 지난해 9월 티몬과 올해 3월 인터파크커머스를 각각 인수한 데 이어 4월 위메프까지 사들이며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 3개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4.6%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7위권이다. 여기에 4위 업체인 11번가(점유율 7.0%) 지분까지 확보하면 전체 점유율은 11.6%로 쿠팡(24.5%)과 네이버(23.3%)에 이어 업계 3위까지 올라서게 된다.

성장동력 '실탄' 필요한 이커머스 업체들…IPO로 활로 모색

큐텐이 경쟁사 인수합병 또는 지분 확보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고 있다면 다른 경쟁사는 IPO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의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은 내년 중 IPO 절차 착수를 목표로 주관사와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은 2021년 10월 IPO 추진을 공식화했다가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잠정 중단한 바 있다.

SSG닷컴은 IPO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 개선에 몰두해왔다. 올해부터 그 성과가 가시화하면서 4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 규모를 줄이는 데 성공했고 하반기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SSG닷컴은 IPO로 확보한 '실탄'으로 '프리미엄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초저가 판매 경쟁에서 과감히 벗어나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상품 라인업으로 '이커머스의 백화점'이 되겠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 악화로 올해 1월 IPO 추진을 잠정 중단한 컬리 역시 IPO를 최상위 목표로 두고 적자 축소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적자 규모를 지난해 동기 대비 35%가량 줄인 컬리는 단기적으로는 분기 흑자, 중장기적으로는 연간 흑자를 각각 목표로 '군살 빼기'를 진행 중이다.

컬리는 2014년 창사 이래 지금까지 1조원가량의 투자를 받았으나 경쟁사와 달리 약정상 투자금 회수 기한이 없어 재무 부담은 다소 작은 편이다.

지난 5월에는 1천2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받아 유동성도 한결 나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블랙홀'처럼 유통시장을 빨아들이는 동안 기존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점점 격렬해지는 형국"이라며 "이런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어떤 방향으로 귀결될지는 내년이나 내후년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짚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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