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홍콩우리투자은행 법인장 "우량 자산 편입해 해외IB 영업 전초기지로 우뚝"

홍콩=박슬기 기자 2023. 10. 1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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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홍콩서 발로 뛰는 K-금융인 릴레이 인터뷰③] 우리은행 해외법인 최초로 7500만달러 규모 CD 발행해 외화자금 조달비용 절감

[편집자주]글로벌 IB(투자은행) 메이저리그인 홍콩에서 한국계 금융회사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홍콩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 중심지다.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에서 K-금융의 위상과 경쟁력을 높이고 우량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이들을 만나봤다.

이수진 홍콩우리투자은행 법인장./사진=박슬기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문인성 KB국민은행 홍콩지점장 "넘버원 해외점포, CIB 경쟁력 키운다"
② 김진범 신한은행 홍콩지점장 "Dare Dream Do"… 글로벌 운동장 넓히자
③ 이수진 홍콩우리투자은행 법인장 "우량 자산 편입해 해외IB 영업 전초기지로 우뚝"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해 조달금리가 높아져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었습니다. 자금조달의 다변화와 비용절감을 위해 지난해 우리은행 해외법인 최초로 자체 신용등급(S&P A+)를 활용, 2건의 CD(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9월5일 홍콩 번화가 센트럴 중심지에 위치한 글로스터타워 9층에서 만난 이수진 홍콩우리투자은행 법인장. 그의 목소리에선 당당함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홍콩우리투자은행은 1차에선 4800만달러, 2차에선 2700만달러 규모의 CD 발행을 통해 외화자금 조달 비용을 절감했다.

국내 첫 역외 IB(투자은행)으로 글로벌IB 영업 전초기지 구축을 위해 설립된 홍콩우리투자은행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진출 방식이 대부분 한국계 현지 지사나 상사를 대상으로 하는 여수신, 교포 대상 리테일(소매) 영업, 송금·환전, 신용장 업무 등에 그치는 한계에서 벗어나 한국판 글로벌 IB를 목표로 설립됐다.

홍콩우리투자은행은 15명의 직원, 자본금 5000만달러로 2006년 10월 설립 인가됐으며 2013년 자본금을 1억달러로 증자한 바 있다.

2008년에는 금융위기로 인해 42명에 달하던 직원이 19명으로 줄어드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2016년 이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총자산 규모가 당시 2억7000만달러 규모였으나 올 상반기 5억1000만달러 규모로 연평균 증가율이 24%에 이른다.

특히 홍콩우리투자은행의 올해 연간 순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000만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다. 올 상반기에만 725만2000달러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 2017년(210만1000달러)와 비교하면 6년만에 5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이수진 홍콩우리투자은행 법인장./사진=박슬기 기자


FRN 주선금액·발행건수 압도적 1위


이수진 법인장은 2020년 7월 부임한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돼 IB 딜 추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대부분의 지역과 산업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 법인장은 "팬데믹 전에는 낮은 금리 때문에 한국계 은행이 각국의 플래그십 항공사의 항공기금융 딜에 참여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체 리스크 한도 관리 차원에서 글로벌 은행들 중 일부가 항공기금융의 한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포착, 케세이퍼시픽, 싱가포르 에어라인 등 최우수 항공사의 항공기금융 딜에 좋은 조건으로 참여해 우수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었다.

특히 홍콩우리투자은행은 글로벌 투자은행, PE(사모펀드) 등 거래처에 빠른 피드백과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일하기 편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상호간 신뢰를 구축해왔다.

그 결과 올 상반기 미국, 남미, 싱가포르 등에서 인수금융, 인프라, 부동산 등 다양한 업종의 신디케이션론을 주선, 참여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5월 말 클로징된 미국 에머슨 일렉트릭(Emerson Electric)의 공조시스템 사업부 인수금융 건이다. 스폰서인 블랙스톤(Blackstone), 싱가포르투자청(GIC), 아부다비투자청(ADIA)과의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프라이머리 대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이수진 법인장은 "지난해 FRN 주선금액과 발행 건수 모두 홍콩 소재 한국계 은행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며 뿌듯해했다.

올 상반기 LG디스플레이, GS건설, HSD엔진, 코오롱인더스트리, 포스코기술투자,한국투자캐피탈, TCC 스틸 등은 홍콩우리투자은행을 통해 FRN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대외신인도를 제고했다.


외부 증권사 협업 통해 한국 대표 투자은행으로 성장


이 법인장은 "다른 은행들과 달리 지주 내에 소속된 증권사가 없지만 적극적인 딜소싱과 네트워킹 능력을 바탕으로 한국계 또는 외국계 증권사와 협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도 한국투자증권, 미즈호증권 등과 협업해 세계 최대 항공화물 운송업체인 아틀라스항공 인수금융을, 골드막삭스와는 글로벌 3위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사이러스원(CyrusOne) 인수금융에 참여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콩우리투자은행은 우수한 인력 구조, 구성원들 간의 끈끈한 협업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

이 법인장은 "주재원 전원이 본사 IB그룹에서 파견됐으며 글로벌 금융기관에서 업력을 쌓은 HR, 리스크, 컴플라이언스 담당자 등을 중심으로 홍콩이라는 큰 시장에서 꿈을 펼치려는 젊은 신입직원들까지 모두가 홍콩우리투자은행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고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 법인장은 홍콩우리투자은행의 설립 취지와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는 "식구들 모두 우리금융지주의 글로벌IB 영업 전초기지에 근무하는 자부심을 갖고 맡은 업무에 전문성과 역량을 키워 홍콩우리투자은행 출신들이라고 하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고 서로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네트워크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단 홍콩우리투자은행 부장


김영단 홍콩우리투자은행 부장./사진=박슬기 기자
Q. 홍콩에 글로벌 IB가 많은데 한국계 은행에 취업한 동기는
A. 2018년 1월부터 홍콩우리투자은행에서 근무 중이다. 중국 국적이지만 영어, 중국어, 광동어, 한국어 4가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 다국어 능력을 활용해 다양한 고객과 소통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국계 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홍콩우리투자은행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딜을 다뤄 향후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Q.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나요
A. 2018년 홍콩우리투자은행에 입사했을 때 사업부(Business Unit)에서 근무했다. 당시 홍콩 금융시장에서 중국 딜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제 언어 능력을 활용해 많은 중국 딜들을 진행했다. 이후 자금 업무를 담당하며 자금시장의 동향 흐름과 자금조달을 파악하고 2022년 초부터는 공식적으로 홍콩우리투자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사업부에서의 딜 사전협의 의뢰를 받아 잠재적인 리스크 분석, 법인의 규정 준수 여부를 판단해 딜의 취급 가능 여부를 리스크 관점에서 평가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홍콩금융당국의 감독 정책과 본점의 규정을 홍콩우리투자은행의 규정에 반영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 많은 것을 배우고 은행 업무에 대한 지식을 높여가고 있다.

Q. 앞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
A. 코로나19 이전에는 한국 본점에서 현지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세미나가 많이 개최돼 직원들이 공부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세미나를 진행하기 어려웠던 점이 아쉽다. 이제 점차 회복되길 희망한다.

홍콩=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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