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가자 병원 공습 최소 500명 사망…바이든 방문 앞두고 `대형악재`

하마스 "명백한 전쟁범죄"…이스라엘군 "사실관계 확인중"

1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남부의 칸 유니스 주민들이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 더미에서 사상자를 찾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칸유니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17일(현지시간) 오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중심의 한 병원을 공습해 최소 500명이 숨졌다.

건물이 불길에 휩싸인 가운데 병원 부지에는 훼손된 시실들로 뒤덮인 모습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시신의 다수는 어린이들이었다.

국제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전 해법 모색을 위해 이스라엘과 요르단 방문길에 오르기 직전 요르단 방문을 취소했다.

BBC와 알자지라 방송 보도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오후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수백명이 다치고 수백명의 희생자가 아직 건물 잔해 밑에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망자는 더 늘 수도 있을 전망이다.

무함마드 아부 셀미아 병원장은 "사상자 약 350명이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고 전한 뒤, "가자의 의료는 몇시간 내에 붕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은 방 하나에 침대 5개를 밀어 넣고 있다. 장비도, 약도, 침대도, 마취제도 필요하고 모든 게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2008년 이후 가장 피해가 큰 이스라엘군의 공습이라고 이스라엘 현지 일간지 하레츠는 보도했다. 특히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과 요르단 방문을 하루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졌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짚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이스라엘군의 이번 공습이 "병원 대학살"이라고 비난하며 사흘 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아바스 수반은 18일 요르단 암만에서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동도 취소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하마스는 이번 공습이 "대량학살"이라며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책임을 부인하며, 팔레스타인의 또다른 무장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작전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가자지구의 테러리스트들이 로켓을 쐈고, 알아흘리 병원 근처를 지나간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가 입수한 여러 출처의 정보에 따르면 가자지구 병원을 강타한 로켓 발사 실패에 이슬람 지하드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슬람 지하드 측은 "거짓말이자 날조"라며 "점령군(이스라엘군)은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끔찍한 범죄와 학살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병원 폭발 소식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 이슬람권 국가들은 잇따라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의 곳곳에서는 시위대와 팔레스타인 보안군 간의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아바스 수반 반대 구호를 외쳤다. 보안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요르단 방문은 취소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 암만에서 아바스 수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4자 회담을 할 예정이었다.

아바스 수반이 먼저 공습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회동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요르단도 "지금은 전쟁을 멈추는 것 외에는 어떤 말도 소용없다"며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만 방문한다. 방문 기간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인도적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