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현장] "유니폼 줄래?" 호날두·메시 보듯 손흥민·이강인 기다린 베트남 국대, 인생샷 건졌다
[마이데일리 = 수원 이현호 기자] 손흥민(31·토트넘)과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은 베트남 선수들에게도 세계적인 슈퍼스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친선 A매치에서 6-0 대승을 거뒀다. 주장 손흥민과 막내 이강인 모두 1골 1도움씩 기록해 한국의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베트남 선수단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홈팬들과 인사하는 걸 기다렸다. 그중에서도 손흥민을 애타게 찾았다. 손흥민은 방송 인터뷰를 마치고 팬들과 작별 인사한 다음에 가장 늦게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날 부상 탓에 결장한 베트남 주장 응옥 하이(30·빈즈엉)는 손흥민을 붙잡고 정중히 사진을 요청했다. 함께 사진을 찍은 뒤에는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자신의 유니폼에 사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기록한 사진과 사인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했다. 그 아래 “Woww Sonny”라는 글을 남겼다.
공격수 응우옌 딘 박(19·QNK 쾅남)은 바로 옆에서 이 장면을 보며 다음 차례를 기다렸다. 응옥 하이와 딘 박뿐만 아니라 베트남 코칭스태프도 손흥민의 사인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손흥민은 밝은 표정으로 이들과 악수하고 헤어졌다.
이강인을 찾는 선수도 있었다. 이강인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등번호 17번 선수가 제 유니폼을 달라고 해서 건네줬다”고 말했다. 베트남 17번은 이날 후반 5분에 자책골을 넣은 보 민 쫑(21·빈즈엉)이다.
황의조(31·노리치 시티) 역시 유니폼 요청을 받았다. 베트남 공격수 응우옌 반 또안(27·남딘FC)이 황의조 유니폼을 챙겨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반 또안은 올해 상반기에 K리그2 서울 이랜드에서 활약한 바 있다. 당시 황의조가 K리그1 FC서울에서 뛸 때였다. 비록 소속 리그가 달라 마주칠 수 없었으나 서울 연고지 K리그 팀에서 뛰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황희찬(27·울버햄튼)은 유니폼이 아닌 사진 요청만 받았다. 그는 “저에게 유니폼을 달라고 한 베트남 선수는 없었다”고 말하며 웃더니 “사진 찍자고 요청한 선수들만 있었다”고 답했다. 이처럼 베트남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과의 추억을 간직한 채 경기장을 떠났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베트남 매체 ‘봉다’의 두이 안 뚜 기자는 “베트남 주장 응옥 하이가 손흥민의 광팬이다. 경기 전날 한국 대표팀 측에 연락해서 ‘만약 손흥민이 결장하더라도 나중에 함께 사진 찍을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응옥 하이는 골 넣고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를 따라할 정도로 손흥민을 좋아한다”고 들려줬다.
상대팀 선수의 유니폼을 요청하는 사례는 축구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알나스르)와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호날두와 메시는 각각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대표팀 소속으로 A매치를 뛴 후에 상대 선수들로부터 유니폼 교환 및 사진 요청을 수없이 받았다. 때로는 심판도 이들에게 유니폼을 달라고 부탁한다.
한국 선수들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두이 안 뚜 기자는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베트남전에 출전해서 우리 선수들이 흥분했다. 이들은 베트남 현지에서도 가장 인기 많은 아시아 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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