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해 1천700명 vs 韓 30명…'의사과학자 양성' 실현될까

고유선 2023. 10. 18. 06: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벨의학상 37%가 의사과학자…'코로나 백신 개발'도 주도
카이스트·포항공대 추진하지만, 의료계 반대로 '지지부진'
'의대 증원' 맞물려 실현 가능성 주목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정부가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카이스트와 포항공대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추진해 온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설립이 가능해질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교육·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18년간 묶여있던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들 과기특성화대학의 의전원 설립 가능성은 이전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사과학자는 쉽게 말하면 의사 면허를 가진 과학자다. 진료보다는 임상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들을 연구하고, 이러한 연구 성과가 환자 치료나 의약품, 의료기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

줄기세포치료제, 인공장기, 유전자검사, 면역항암제 등 바이오산업과 의료 분야의 최신 연구와 기술 개발을 맡고 있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실제로 화이자와 모더나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한 전문가들이 바로 의사과학자들이었다.

최근 25년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37%가 의사과학자이고, 세계적인 제약회사의 대표과학책임자 70%도 의사과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과대학의 경우 한해 졸업생 4만5천명 중 3.7%가량이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는다. 매년 1천700명가량의 의사과학자가 배출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의대 졸업생 중 의사과학자가 되는 이들이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모집정원이 3천58명이므로 30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 첨단의학 기술의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초과학연구원 포스텍 캠퍼스 [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의사과학자 양성은 국내의 대표적인 명문 이공대인 카이스트와 포스텍이 추진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현재 의과학대학원을 두고 있지만,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을 세워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교육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은 "(기존의 의사과학자 양성은) '절반의 성공'으로 본다"며 "의사과학자 숫자가 획기적으로 늘지 못했고, 현행 의학교육은 너무나 임상 위주라 공학적 지식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과학자를 키우려면 의과대학 교육에 공학을 집어넣은 트랙을 만들어야 하는데, 기존 의대를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과기의전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텍 역시 과학과 공학, 의학을 융합하는 교육 및 연구를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청하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이 3일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공대(포스텍) 본관에서 열린 '포스텍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 얘기를 경청하고 있다. 2023.2.3 sds123@yna.co.kr

정부도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

윤석열 정부는 '바이오·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 도약'을 120대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의사과학자 등 융복합 인재 양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도 올해 2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서 의사과학자를 국가 전략적 관점에서 양성하는 방안을 속도감 있게 준비하라고 보건복지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당부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도 공식 석상에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을 통한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입장과 달리 의료계는 반발하는 분위기이다.

의사과학자 가운데 일부가 임상의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고, 이들 대학의 경우 부속병원이 없어 임상과 연구의 긴밀한 연계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가 이번에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린다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전원 설립도 함께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건의료 인프라를 위한 필수의료인력 육성과 함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이 꼭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교육부로 총정원을 정해 통보하면, 교육부가 지역별 의료 여건과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배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정원 규모뿐 아니라, 증원 취지에 따라 배정 관련 가이드라인까지 줄 것으로 본다"며 "이를 고려해 정원을 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cindy@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