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빅테크 존재감…한숨 쉬는 은행
플랫폼 꿈꿨던 은행들은 '답답'…강한 규제에 '그림의 떡'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빅테크들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중개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가장 대중적인 금융 플랫폼의 자리를 꿰차겠다던 은행들의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빅테크와 달리 더욱 깐깐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플랫폼' 경쟁에서는 도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주담대에 보험까지 품는 금융 플랫폼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조만간 보험과 주택담보대출 등의 상품 비교와 가입을 금융 플랫폼에서 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연내, 보험 상품 비교 및 가입은 내년초까지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추진하는 방안이 완료되면 금융 플랫폼에서는 결제, 송금, 카드결제 내역 확인, 예·적금 가입, 신용정보 조회, 신용대출 등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금융서비스가 모두 탑재되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플랫폼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하나의 플랫폼만 이용하는 현상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의 금융앱에서 전 금융권 거래 정보 등을 관리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여러 금융앱 등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면서다.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은 단연 빅테크 기업들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메신저 앱, 포탈 등 기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확보해 둔 상황이다.
특히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하나의 서비스만 사용하기 시작하면, 결국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단순 고객의 '양' 뿐만 아니라 충성고객이 될 확률, 즉 '질'도 높다는 얘기다.
은행 디지털 부서 관계자는 "그간 은행들의 충성고객 유입 경로를 살펴보면, 최초 가입 금융회사 혹은 급여거래 금융회사 등 처음의 경험이 주요 고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빅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단 하나만 경험하고 그 경험이 긍정적이면 다른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이미 기반고객이 많은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가 많아질수록 금융권 내에서의 존재감이 더욱 상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며 "결제, 송금, 계좌조회 등의 서비스가 개시됐을때와 달리 대환대출이 자리잡은 이후 이같은 추세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꿈꿨던 은행은 '답답'
금융당국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빅테크 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속도가 빨라지자 은행들이 내걸었던 전사적인 목표 중 하나는 '금융 플랫폼' 지위를 확고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다짐과 달리 최근 추세는 '금융 플랫폼'의 지위는 빅테크 기업들에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상품을 공급하는 공급자의 역할과 중개하는 중개자의 역할이 철저하게 분리된 상황에서, 플랫폼의 지위를 차지하는 데에는 중개자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A은행의 금융상품을 B은행에서도 판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들은 금융플랫폼과 달리 다양한 금융회사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라며 "금융서비스를 내놓는 공급자 입장에서 플랫폼 경쟁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은행은 현재 금융권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체계인 은행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플랫폼전에 은행이라는 정체성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빅테크 기업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상품을 중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보험의 경우 상품 비교 가입 서비스가 출시되더라도 방카슈랑스 규제가 우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고객들이 많이 찾는 자동차 보험 등은 제공할 수 없다"며 "금융투자같은 경우도 은행은 투자를 일임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제한된 포트폴리오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들은 금융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 확대로 인해 철저한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상품 가입을 빅테크 플랫폼에서 하게 된다면 결국 은행은 상품을 공급하는 공급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추진되는 금융환경의 변화는 빅테크 기업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들은 현재 단순히 상품을 중개하는 역할만 한다며 여러 규제를 피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건전한 경쟁을 위해 빅테크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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