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치적 부담에도 중동行…이란 “가자사태 대응해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박영준 2023. 10. 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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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상전·주변국 개입차단 총력외교
팔 자치정부 수반 등 연쇄 회동 예고
WP “美 비전투병 4000명 파병 준비”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美 인질구출 등
인권문제 노력은 뒷전” 비판 여론 고조
네타냐후 “하마스 섬멸 끝까지 갈 것”
이란 개입 시사… 현실화 땐 확전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예고한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다. 확전 방지를 위한 중대 행보로 해석되지만 미국이 동시에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4000명 이상의 미군을 파병 준비 중인 것으로도 알려져 역내 긴장이 고조 중이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과 회의 뒤 “수요일(18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이스라엘과 지역, 세계를 위한 중요한 순간에 이곳에 올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백악관도 이날 기자단에 바이든 대통령이 17일 저녁 백악관을 출발해 이스라엘로 향한다고 확인했다.

이 발표는 세계 주요국이 이스라엘의 지상전 돌입과 중동 지역 확전을 막기 위해 외교 총력전에 나선 상황에서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에서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이란의 개입이나 이스라엘의 과한 보복에 의한 확전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링컨 장관은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연대와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공약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처드 폰테인 신미국안보센터 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방문에 대해 “가자지구의 정권 교체가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을 더욱 포용하고 재확인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공습 연기 피어오르는 가자지구 주택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습을 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하눈 주택가에서 거대한 회색빛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베이트 하눈=플래닛랩스PBC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와 향후 전략,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전략 등에 대해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다. 이후 그는 요르단 암만을 방문, 압둘라 2세 국왕을 만나고,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도 만나 확전 방지 노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당초 약속과 달리 미군도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 미국 해군과 해병 4000명 이상이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고, 하마스와의 분쟁이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군함에 배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인근에 파견된 핵 추진 잠수함 두 척에 합류할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보다 적은 2000명 파병 미군을 선발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들이 대(對)이스라엘 군사 자문과 의료 지원 임무 등 비전투 분야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미군이 당장은 이스라엘이나 가자지구 등 분쟁 지역 육상에 발을 딛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CBS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스라엘에 미군 파병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오른쪽)이 13일 텔아비브의 이스라엘 국방부에 도착, 요아브 갈란드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AP뉴시스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미국 내 우려 목소리가 커졌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이 물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여러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고 짚었다. 로이터는 “미국 대통령이 분쟁 발발 직후 동맹국을 방문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일반적으로 고위 외교관이나 국방부 관리에게 그 일을 맡긴다”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알터먼 중동프로그램 책임자는 “대통령 방문은 치밀하게 짜여 있겠지만 전쟁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적 부담도 작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문제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지상군 투입을 통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는 반박이 있어서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전기와 식량 차단 조치를 비판하지 않았다”면서 “아랍 지도자들은 미국에 가자지구 봉쇄가 전쟁법 위반이라고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연료와 전력 부족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장작불로 구운 빵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인 다수가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에는 지지를 표하고 있지만,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여론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는 점도 바이든에 부담이다. CNN이 15일 발표한 여론조사(12∼13일, 미국 성인 1003명 대상) 결과 응답자의 35%는 미국이 현 상황에 대응해 이스라엘에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15%는 지나치게 많이 돕고 있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랍권 방문이 확전 방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가 최악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를 섬멸할 때까지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밝혔다. 총리실은 X(옛 트위터)에 “총리는 이스라엘이 잔인무도한 살인마들에 공격당했고 결연하고 단호히 전쟁에 나섰으며, 하마스의 군사·통치력을 궤멸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장기전 예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합뉴스
반미(反美)·반이스라엘 최전선을 막고 있는 이란에선 최고 지도자가 응수했다. 바이든 대통령 도착 하루 전이다.

이란 아야톨라(최고지도자)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17일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응답해야 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이란 국영 매체를 인용해 타전했다. 이란이 이·하마스 충돌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란의 아야톨라는 절대적 권위자다. 현실 행정 통치자 대통령도 비할 바 없는 최고위직이다. 이란이 이번 사태에 공식 개입할 경우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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