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수탈은행으로 바꿔라" 은행 내부통제 질타 이어진 국감장

박슬기 기자 2023. 10. 18. 06: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진행된 2023 금융감독원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KB국민은행에서 증권업무를 대행하는 직원들이 미공개정보로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가운데 이와 관련해 KB국민은행이 증권업무 대행 직원들이 타인 계좌를 통한 미공개 주식거래를 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황운하(더불어민주당대전 중구) 의원은 "국민은행 증권대행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미공개정보로 127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사건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서 타인계좌를 이용하거나 정보를 유출할 경우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방지할 방법이 있느냐고 (국민은행에) 질문했다"고 설명했다.

황 의원은 "국민은행에서 온 답변이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타인계좌를 통한 미공개 주식거래는 막을 방법이 없다'였다"며 "이렇게 답변할 것 같으면 증권대행업무 포기해야 된다. 내부통제도 제대로 못하면서 왜 증권대행 업무를 맡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황 의원은 "이럴 것 같으면 예탁결제원과 같은 전문기관에 맡겨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황 의원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을 구조적으로 방지하기 어렵다면 앞으로 같은 사고가 계속되도록 방치하겠다는 의미지 않느냐. 그럴거면 업무를 내려놓으라"고 지적했다.

증권대행이란 주주총회와 배당금 지급, 유무상증자 등 회사의 주식 관련 업무 일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것으로 현재 증권대행 업무를 맡은 은행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두곳 뿐이다.

KB국민은행 증권대행업무 부서 소속 직원 상당수는 2021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61개 상장사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무상증자 규모와 일정 등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본인과 가족 명의로 정보공개 전 대상 종목 주식을 샀다.

이후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면 해당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했는데 이렇게 직원들이 얻은 매매 이득은 총 66억원에 달한다.

이들 중 일부는 은행 내 타 부서 동료 직원, 가족, 친지, 지인(회계사·세무사 포함)에게 무상증자 실시 정보를 전달해 주변인까지 61억원 규모의 매매 이득을 추가 취득하게 했다. 총 부당이득 규모만 127억원이다.

황 의원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해당 보고서는 '은행 임직원에 대한 높은 수준의 급여 제공과 성과 공유는 우수한 인력 유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황 의원은 "은행은 이자가 낮아도 높아도 이익을 얻는 구조로 성과급이 1조원을 돌파하고 평균 연봉이 억대에 도달하고 최근 10억원 이상씩 희망퇴직금을 받는 직원도 등장했다"며 "서민들은고금리로 월급 받아서 이자 내면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이 들리고 연체가 폭증하는데 국민은행이 이런 보고서를 내는 게 제 정신이냐"고 물었다.

이어 "국민은행이 처음에 서민경제 발전과 상생을 위해 국책은행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국민들을 우습게 볼 것 같으면 국민은행 이름을 '국민수탈은행'으로 바꾸라"고 비꼬았다.

이에 이날 증인 출석한 이상원 국민은행 준법감시인은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일부 직원들의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사고에 대단히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을 믿고 증권대행업무 맡기신 상장회사 고객분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남·대구은행 준법감시인도 금융사고 재발방지 약속


이날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3000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한 BNK경남은행과 불법증권계좌 개설 사고가 일어난 DGB대구은행 준법감시인도 금융사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했다.

DGB대구은행은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1662개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대구은행 직원들은 수정테이프로 고객 정보 등을 살짝 바꿔 놨다.

이와 관련해 우주성 대구은행 준법감시인은 "증권계좌 개설과 관련해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저희 증권계좌 부당 개설과 관련해 현재 대구은행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검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검사 결과가 나오면 명확하게 개선이 필요하거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윤만 BNK경남은행 준법감시인도 이날 증인으로 국감장에 섰다. 경남은행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직원 이모씨(50)가 투자금융부에서 15년간 일하며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2988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정윤만 준법감시인은 "고객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은행에서 횡령사고가 발생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내부통제 부분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데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내부통제 전반을 개선함으로써 다시는 이와 같은 유사한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