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단골 고객’의 재정의…멍·냥족 모시기 나선 유통업계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시장 8조원
2027년 15조원까지 급성장 전망
‘펫닥터부터 펫가구, 펫수영장, 멍와인·멍맥주, 수제간식, 기능성 바닥재….’
인간들은 ‘저출생·고령화 시대의 그늘’을 걱정하는 와중에 대한민국 4가구당 1가구가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며 반려동물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분야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15년 1조8994억원, 2019년 3조2억원, 지난해 8조원 규모였으며 2027년에는 2배에 가까운 15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KB경영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반려가구가 552만, 반려인은 1262만명으로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25.7%를 차지했다.
유통업체들은 해마다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을 신사업 분야로 보고, 프리미엄 먹거리는 물론 생애주기에 맞춘 건강관리, 돌봄과 훈련, 장례 서비스까지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가구)을 단골로 모시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수의사 연계 ‘로켓 펫 닥터’ 눈길
펫 전용 보험·돌봄 서비스도 인기
■ 반려동물 위한 이색 서비스 봇물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반려동물의 건강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쿠팡은 업계 최초로 지난 5월 ‘로켓 펫닥터’를 론칭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에 맞는 적절한 사료와 리포트를 수의사가 직접 답해주는 서비스로 대다수 수의학·영양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심층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쿠팡 관계자는 “한 달 만에 참여율이 152% 증가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수의사 답변부터 유명 브랜드 사료 구매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또 로켓프레시를 통해 반려동물 식품을 새벽 배송하는가 하면 반려동물과 떠날 수 있는 전국 숙박시설을 ‘쿠팡펫여행’에서 지역별·테마별로 소개해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마트의 펫 전용 보험도 화제다. 자체 펫브랜드 ‘콜리올리’가 내놓은 펫퍼민트 보험의 경우 슬개골, 고관절, 피부, 구강 등 기본이 보장되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노령견 동반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또 반려동물을 위한 멍와인과 멍맥주 등 2000개 식·용품은 물론 펫 전용 가전 등까지 상품 구성이 다채로운 것도 인기비결이다. 실제 롯데마트 콜리올리 20개점 매출은 올해 지금까지 전년 대비 35% 늘어났고, 최근 문을 연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은 같은 기간 고객 수가 50%, 매출은 2배 이상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30~40대가 주고객인데 55평 규모의 매장에 반려견은 물론 반려묘 상품을 40%까지 늘린 것도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GS25는 반려동물 생애주기에 맞춘 토털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선보인 반려동물 케어가 대표적이다. 펫시터(반려동물 돌봄)와 펫훈련을 연계한 서비스로 반려인의 절반 이상이 1~2인 가구라는 점에 착안했다. 최대 12시간까지 홀로 집에 남아 있는 반려동물을 전문적으로 돌봐주고 있다. 장례 연계 서비스도 인기다. 전국 GS25 매장에 게시된 QR코드 신청을 통해 매달 100건 넘게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롯데, 수영장·파인 다이닝 등 마련
다른 지역서도 발길…충성도 높아
현대·신세계도 자체 브랜드 강화
■ 유통강자들의 경쟁 가열
‘빅3 유통강자’ 중 일찌감치 반려견 시장에 눈을 돌린 곳은 롯데다. 반려견 동반 고객을 위한 매장 설계는 물론 전용 수영장과 피트니스, 동반 식사 서비스까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타 지역 고객 집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동탄점의 경우 2021년 8월 야외에 펫파크인 ‘루키파크’와 프리미엄 토털 서비스 공간인 ‘위드랜드’를 선보이면서 매출이 부쩍 늘었다. 1인 가구는 물론 가족 단위 고객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쇼핑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셈이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도 반려가구 모시기에 힘을 쏟고 있다. 파주점은 한 달여 전 50㎡(약 15평) 26석 규모로 반려동물과 식사할 수 있는 펫그라운드를 오픈해 펫모차 대여 건수만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경기 의왕 타임빌라스점의 경우 야외는 물론 실내 매장에 펫모차 주차장을 설치하는 등 반려견 동반 고객을 배려한 설계로 주목받고 있다. 아쿠아 피트니스 펫수영장, 동반 식사 파인 다이닝 등까지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 9월21일 102㎡(약 31평) 규모의 자체 반려동물 편집숍 ‘위펫’ 1호점을 개점하며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반응은 뜨겁다. 온라인몰에서만 구입할 수 있던 수제 냉동 간식과 동결건조 간식을 비롯해 SNS 완판템으로 소문난 펫의류와 전용 가구 등 30여개 인기 브랜드가 입점했다는 소식에 하루 평균 700여명이 몰려들 정도다.
또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L&C는 최근 반려동물 가정에 최적화된 고기능·친환경 주거용 바닥 마감재 ‘아티움’을 론칭했고, 패션업체 한섬 타미힐피거는 두 달 전 ‘펫 컬렉션’ 20여종을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흰색 강아지를 모티프로 한 자체 캐릭터 ‘흰디하우스’ 펫파크의 경우 아웃렛 업계 최대 규모(400평)인 만큼 매년 2만여마리 반려견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 ‘몰리스’를 전국 24개점에서 운영하며 반려동물 용품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유모차(개모차)를 비롯해 패션의류는 물론 황태 등 천연 간식과 삼계탕 등 보양식까지 고객 니즈에 맞게 상품 구색을 갖췄다는 평을 얻고 있다. SSG닷컴은 ‘몰리스 SSG’을 프리미엄 반려동물 전문관으로 업그레이드했다.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원하는 시간에 반려동물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쓱배송’ 탭, 본제품 구매 전 상품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무료체험단’ 탭 등이 대표적이다. SSG닷컴의 몰리스는 올 상반기 누적 주문 건수 44만건, 누적 주문 상품 수 104만개, 누적 구매 고객 13만명을 기록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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