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주가 하락에 ‘환헤지’ ETF 투자자는 이중고… 헤지 비용도 깜깜이

강정아 기자 2023. 10.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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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노출형 3% 오를 때 환헤지형은 3% 하락
환헤지 ETF, 원·달러 환율 급등에 헤지 비용 커져
환헤지 비용 명시 안 해… 기타비용에 포함돼 변동

환율 변동을 피해 안정적으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 ‘환헤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선택했던 국내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7월 중순부터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증시는 고꾸라졌는데, 덩달아 환헤지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환노출을 선택했더라면 환차익으로 인해 미국 주식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지만, 헤지형을 선택한 투자자들은 이 또한 누릴 수 없다.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와 달리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는 환율을 고려해야 한다.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환헤지 상품은 일정 비용을 내고 투자 상품이 환율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정된다. 환노출 상품은 환율 변동의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다. 환노출 상품과 달리 환헤지형 ETF에는 상품명 뒤에 ‘(H)’가 붙어 환헤지형인지 아닌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손민균

원·달러 환율은 7월 18일 1260.4원으로 저점을 찍고 지난 16일 1353.7원에 거래를 마쳤다. 약 3개월 동안 93.3원 오른 것이다. 이로 인해 같은 포트폴리오를 가진 ETF라도 환노출인지, 환헤지형인지에 따라 수익률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환율 상승 기간(7월 18일~10월 16일) KB자산운용의 환노출형 ‘KBSTAR 미국S&P500′ ETF는 2.88% 상승했고, 환헤지형인 ‘KBSTAR 미국S&P500(H)’ ETF는 4.24% 하락했다. 다른 운용사의 ‘S&P500′ ETF 상품들도 환노출형은 2~3% 올랐고, 환헤지형은 3%대 내렸다.

이 기간 환노출 ETF가 상승한 이유는 환율 상승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같은 기간 4522.19에서 4327.78로 4.3% 하락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며 미국 대형주가 9월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이를 상쇄했다.

반면 환헤지 ETF는 환차익은커녕 오히려 헤지 비용 급증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예년에 비해 커져 헤지 비용이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각 운용사는 구체적인 환헤지 비용을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따라 매번 환헤지 비용이 달라지고, 환헤지 비용만 표기할 경우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아예 공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100% 환헤지라는 것도 불가능하다. ETF 기초자산의 가격변동과 최소 환헤지 거래 규모 등의 이유로 투자하는 외화자산의 환리스크를 전부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운용보수를 통해 기본적인 환헤지 비용 규모를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화자산운용의 경우 환헤지 ‘미국S&P500(H)’ ETF는 0.3%의 운용보수를 부과한다. 환노출형(0.07%)과 비교해 약 4.5배 비싸다. 환헤지형 상품은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보니 운용보수가 다른 상품보다 크다. 환헤지 비용은 기타비용에 포함돼 있다. 기타비용은 ETF 운용상 발생하는 관리 비용으로 그때그때 다르게 책정된다. 운용보수와 기타비용을 합친 비용이 총보수 비용이다.

키움자산운용의 환헤지 미국S&P500(H)’ ETF는 0.04%로 환노출형(0.021%)보다 운용보수를 약 2배 더 부과한다. KB자산운용의 경우 ‘미국S&P500′ ETF는 환노출형과 환헤지형 모두 운용보수가 0.021%로 같다.

향후 미국의 고금리가 길어지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확산 등으로 전세계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 환헤지 ETF의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ETF 손실에 원·달러 환율 급변동으로 인한 환헤지 비용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물론 환율이 다시 안정세를 찾아 달러가치가 떨어진다면 환노출형이 지금까지와는 정반대로 환손실을 입을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의 오르내림을 예측하기 어렵고 헤지 비용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환헤지 ETF를 장기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장기 투자 시엔 환율 상승을 그대로 반영하는 환노출 ETF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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