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상한 한국벤처투자 부대표, 낙하산 인사 논란[2023국감]
박근혜 정부 당시 ‘친정부 영화’ 선별 의혹 인물
임명 앞두고 중기부 장관 권한 강화 취지 정관 개정
한국벤처 "주총 소집 기간 단축 적법…정관, 절차보완 차원"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가 ‘박근혜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인사를 부대표로 선임하면서 정관을 위반하고 의결 절차를 졸속 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벤처투자가 지난달 22일 신상한 전 SH필름 대표를 기관의 초대 부대표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이사회와 주주총회 소집 등이 명시된 정관을 위반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 부대표의 선임은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의 추천’과 ‘중기부 장관의 승인’, ‘주주총회의 결의’, ‘이사회의 의결’ 순으로 이뤄진다. 주주총회는 이사회의 의결로 의장이 소집하고 개최 2주 전 시간과 장소, 안건을 공고하게 돼 있다.
그러나 한국벤처투자 이사회는 주주총회 소집 안건을 의결하는 10차 이사회와 신상한 부대표 선임을 결의하는 주주총회, 이후 신 부대표 임명을 의결하는 11차 이사회를 9월 22일 한 날에 모두 개최했다. 또한 이날 모든 회의는 이사회 구성 임원과 주주들이 모이지 않고 서면으로만 처리했다.
상법에 의하면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는 경우, 소집절차(사전 공지) 없이 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자본금 10억원 이하의 회사만 해당한다. 한국벤처는 자본금 500억원 규모의 회사다.
더욱이 한국벤처투자는 2005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한국모태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모태펀드의 주 출자 분야는 청년, 소재·부품·장비, 지방기업 등을 비롯해 문화도 포함하고 있다. 영화 제작 투자의 경우 특정 작품을 정해 투자할 수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런 구조를 통해 당시 친정부적 영화를 선별해 모태펀드를 투자했다는 의혹이 일어났고, 그 중심에 신 부대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신 부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벤처에 상근전문위원으로 재직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에는 신 부대표가 전문위원이라는 직위를 남용해 특정 작품에 대한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실행했고 불공정한 투자를 지시했다고 나와 있다는 게 이 의원 측 설명이다.
“문화 산업 마중물 모태펀드, 정권 입맛 휘둘리지 않도록 관리”
이 의원은 이런 신 부대표의 선임이 해당 직위가 4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전격적으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신 부대표의 전임자였던 신성식 전 상임이사는 올해 1월 3일 임기(2년)를 시작했지만 불과 5개월여 만인 지난 6월 사임했다.
한국벤처는 신 부대표 선임 9일 전인 지난달 13일 이사회를 열어 부대표 선임 절차를 규정한 정관을 개정해 중기부 장관의 임명 권한을 강화했다. 이날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지명된 날이기도 하다.
기존 정관에서는 중기부 장관이 대표이사와 협의해 사내이사를 추천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개정된 정관에서는 대표이사가 추천하고 중기부 장관이 승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중기부 장관의 권한이 ‘추천’에서 ‘승인’으로 강화된 것이다.
이 의원은 “한국벤처가 절차를 위반하면서 제대로 된 이사회, 주주총회 한번 없이 군사작전 하듯 ‘박근혜 블랙리스트’ 관련 인사를 내리꽂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인촌 문체부 장관의 복귀와 함께 한국벤처투자의 문화 관련 투자에서 제2의 블랙리스트가 작성돼 실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문화 산업에 마중물이 돼야 하는 모태펀드가 정권 입맛에 휘둘리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벤처투자 측은 정관을 위반하고 의결 절차를 졸속 처리했다는 의혹에 대해 “주주 전원 동의를 득한 주주총회 소집 기간 단축은 관련 판례 등에 의거 적법한 절차에 해당한다”며 “이사회·주주총회 서면결의는 정관에 따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중기부 장관의 권한이 강화되는 정관 개정에 대해서는 “한국벤처투자는 기타공공기관으로서 사내이사 선임절차는 상법을 준용해 주주총회 개최만으로 선임이 가능하다”며 “관계 법령 및 부기관장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준한 절차를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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