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상급등했던 한국ANKOR유전, 연말 잔여금 12원 지급하고 청산... 개미들 어쩌나
보험금 차액 외 배당 가능 현금 없어
투기성 거래에 투자자 주의 필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폐쇄형 펀드인 한국ANKOR유전이 올해 말 조기 청산에 돌입한다. 자산 대부분을 매각한 한국ANKOR유전은 올해 중으로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전부를 투자자들에게 지급 완료할 계획이다. 해당 펀드 기준가는 12원에 불과한데도 개인 투자자가 몰리며 가치의 60배에 이르는 700~800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한국ANKOR유전 주가는 전일보다 113원(13.44%) 내린 728원에 장 마감했다. 한국ANKOR유전은 지난 13일 상한가를 기록한 뒤 2거래일 연속 상승하다 급락 전환했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4거래일간 3번의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상 급등 현상이 일어났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원유 수급에 대한 우려가 나온 영향이다.
한국ANKOR유전은 지난 2011년 설정된 15년 만기 폐쇄형 공모펀드다. 미국 멕시코만 천해에 있는 앵커유전에 투자해 원유 개발로 얻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형태다. 폐쇄형 펀드는 일정 기간 자금을 유치하며 펀드 만기까지 도중에 환매가 불가능하다. 투자자의 환금성 확보를 위해 2012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미국 앵커유전의 수익성이 낮아지자 한국석유공사, 한국투자신탁운용(현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지난해 7월 앵커유전 지분 80%를 4700만달러(약 637억원)에 처분했다.
투자자들은 매각 금액에 더해 해당 펀드가 가입한 한국무역보험공사 해외자원개발펀드보험의 보험금을 보상받게 됐다. 한국ANKOR유전 펀드 운용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보험금의 99%에 해당하는 약 7392만달러(약 1000억원)가 지급됐다. 연말까지 잔여금 1%에 해당하는 남은 약 77만 달러(약 10억원)의 보험금을 지급 완료한 뒤 조기 청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주식 수 등을 감안하면 일인당 약 12원(현 기준가)만 돌아가는 셈이다.
한국ANKOR유전은 펀드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주가가 널뛰고 있다. 지난 3월 3일 104원에 거래됐던 펀드는 한 달여만인 4월 24일 858원으로 724% 뛰며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이달 들어 중동 분쟁으로 인해 다시 이상 급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ANKOR유전 펀드가 자산 대부분을 매각하면서 보험금 외에 수익이 나올 수 없는 껍데기가 됐다. 지난해 2분기 배당을 마무리해 현재 배당 가능한 현금도 없는 상태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관계자는 “이 펀드는 보험금 차액 외의 금액을 추가 회수할 가능성이 없다”며 “기준가에 비해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등락하는 건 일부 작전 세력에 의한 시세 조정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펀드의 지난 6일 하루 거래대금은 1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상한가를 기록한 지난 10일부터 거래액이 110억원대로 늘어났다. 지난 16일 펀드의 하루 거래액은 2490억원에 달했다. 상장 주식 수가 7002만주인데 지난 16일 거래량은 2억7700만주에 달해 회전율은 394.95%를 기록했다. 해당 펀드는 지난 12~16일까지 3거래일 연속 회전율 상위 50종목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조기 청산을 앞둔 펀드가 테마주와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여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주가 상승 시기에 거래했다가 급락할 경우 제때 처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별다른 이유 없이 주가가 움직였던 점을 고려하면 중동 분쟁의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낮고 투기성 거래로 보인다”며 “정상적 거래라고 평가하기 어려워 투자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펀드가 청산되면 일정 기간을 거쳐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국ANKOR유전은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펀드인 만큼 펀드가 청산하면 상장 폐지될 것”이라고 했다. 거래소는 전날 한국ANKOR유전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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