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LG, 29년 만에 한풀이…또 '봄데'에 그친 롯데[프로야구 결산①]

이상철 기자 2023. 10.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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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꼴찌서 2위 대반등…'초보 감독' 이승엽의 두산 PS 진출
투자 실패한 키움 최하위 추락…한화도 하위권 탈출 실패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마치고 진행된 LG의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수여 기념행사에서 김인식 대표이사와 차명석 단장, 염경엽 감독, 주장 오지환를 들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3.10.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3년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팀'은 LG 트윈스였다.

3시즌 만에 현장으로 복귀한 염경엽 감독이 이끈 LG는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에 홈 관중 120만2637명을 유치해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LG는 시즌 개막 후 꾸준한 성적을 냈고, 6월27일부터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더니 정규시즌 우승의 대업을 달성했다. 팀 평균자책점(3.67) 및 타율(0.279) 부문 1위에 오를 정도로 투타가 안정됐다.

하지만 LG가 순탄하게 정상에 올랐던 것은 아니다. 시즌 초반 김윤식과 이민호가 각각 부진, 부상으로 이탈했고 '1선발' 케이시 켈리도 흔들렸다. 여기에 전반기에만 11승을 올렸던 아담 플럿코가 8월에 부상으로 쓰러지는 악재도 있었다.

위기에 처한 LG는 7월 말 최원태 트레이드 영입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최원태가 선발진을 지탱하자 선발 투수로 보직을 바꾼 이정용도 자리를 확고하게 잡았다.

여기에 염 감독이 추구하는 발야구도 LG가 끝까지 신바람 야구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LG는 도루 성공률이 62.2%로 10개 팀 중 가장 낮지만 적극적인 시도로 가장 많은 166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이제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앞서 LG는 정규리그 1위에 오른 1990년과 1994년 모두 통합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사령탑으로서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지 못한 염 감독이 LG와 함께 한을 풀기 위해 19일부터 포스트시즌 대비 훈련에 돌입한다.

12일 인천 미추홀구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KT 박병호와 이강철 감독이 SSG를 상대로 3대0 승리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9.1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10구단으로 2015년부터 KBO리그에 참여한 KT 위즈는 이제 가을야구 단골손님이 됐다. 2020년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른 KT는 2021년 통합우승을 일궜고 올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를 펼치게 됐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과정에선 '신흥강호'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6월4일까지 최하위에 머물렀던 KT는 강력한 선발 야구를 앞세워 승승장구 했고, 기어코 2위까지 도약했다. 6월5일 이후 KT의 성적은 61승1무32패로 압도적이었다.

KT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이강철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 감독은 현역 사령탑 최고 대우인 3년 총액 24억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2대3으로 패하며 정규시즌 홈경기를 마무리한 두산 이승엽 감독이 팬들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0.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초보 사령탑' 이승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두산 베어스도 가을야구에 복귀했다. 두산은 시즌 끝까지 SSG 랜더스, NC 다이노스와 치열한 3위 경쟁을 펼치다 뒷심이 부족해 5위를 차지했다. 마지막은 아쉬움이 남으나 이 감독은 지난해 9위에 그쳤던 두산을 4계단이나 끌어올려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겨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통 큰 투자를 했던 팀들은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박세웅과 다년 계약을 맺고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 등 FA 3명을 영입한 롯데 자이언츠는 6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초 롯데 공격 1사 1루 상황에서 유강남이 안타를 치고 있다. 2023.7.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5월까지 LG, SSG와 3강을 형성하며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 이미지를 지우고 '톱데(선두 롯데)'가 되는 듯 보였으나 6월 이후 투타가 엇박자를 내며 급격한 내리막길을 탔다.

7월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또한 시즌 중 래리 서튼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면서 팀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결국 7위로 시즌을 마친 롯데는 1992년 이후 31년째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지 못하고 있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것은 1999년이다.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 등 3명의 FA를 보강하고 문동주가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한 한화 이글스 역시 전혀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홈런 및 타점 1위에 오른 노시환이 고군분투 했지만 한화는 화력이 너무 약했다. 한화의 팀 타율은 0.241로, 9위 두산(0.255)과도 1푼4리나 차이가 났다.

5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고 최원호 감독을 선임, '이기는 야구'를 펼치겠다고 했지만 한화의 최종 순위는 9위였다. 최하위에 그쳤던 지난해보다 순위가 겨우 한 계단 올랐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8회초,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이 심판진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3.5.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 키움 히어로즈는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창단 첫 우승을 위해 원종현, 이형종 등 외부 FA를 영입하는 파격적 결정을 내렸으나 둘 다 최악의 성적을 내면서 '실패한 투자'가 됐다. 여기에 투타의 핵인 이정후와 안우진이 차례로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키움은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서튼 감독과 수베로 감독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면서 당분간 외국인 사령탑을 보기 어려워졌다. 2020년과 2021년 KIA 타이거즈를 지휘했던 맷 윌리엄스 감독까지 포함해 3명의 외국인 사령탑은 한 번도 가을야구를 이끌지 못했다.

각 구단은 외국인 사령탑 선임 효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 사령탑을 물색 중인 롯데 역시 외국인 감독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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