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용품 안 팔아요" 자취 감춘 'MZ 명절'…축제 대신 추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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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 관련 제품은 물류를 아예 들이지 않고 있어요."
사고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일대와 이태원 퀴논길 문화거리에서 핼러윈 데이를 기념하는 포스터나 호박, 거미 등 핼러윈 장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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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 관련 제품은 물류를 아예 들이지 않고 있어요."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핼러윈 장식품을 찾는 손님에게 직원이 이렇게 답했다. 용산 아이파크몰 내 유아용 드레스와 코스튬을 파는 매장에서도 핼러윈용 의상은 찾을 수 없었다. 이 매장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브랜드에서 핼러윈 에디션을 냈지만 올해는 아직 미정인 상태"라고 밝혔다.
오는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핼러윈 분위기는 자취를 감췄다. 롯데월드, 에버랜드 등 테마파크는 매년 하던 핼러윈 테마 행사를 올해 진행하지 않고 거리에는 관련 물품으로 장식한 상점을 찾기 어렵다. 핼러윈 데이는 이른바 'MZ 명절'로 불리며 10월 한 달 내내 젊은 층과 어린이 사이 놀이처럼 퍼졌지만 올해는 축제보다 추모 분위기다.
최근 몇 년 사이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연중행사로 치러진 핼러윈 파티도 올해는 대부분 열리지 않는 모양새다. 경기 하남에서 5살 된 딸을 키우는 임모씨(32)는 "아이 유치원에서 매년 하던 행사를 올해는 안 한다고 하더라"며 "아이는 핼러윈 장식을 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어 해골이다!' 하는데 작년 일이 떠올라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김모씨(34)도 "핼러윈 데이는 우리나라 문화도 아니고 종교적 의미가 큰 것도 아니어서 그동안 아이들 유치원에서 행사를 할 때 이해가 안 갔다"며 "올해도 진행한다고 하면 반대 의견을 내려고 했는데 계획에 없다고 하더라. 행사를 안 하는 곳이 많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도 조용한 분위기다. 사고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일대와 이태원 퀴논길 문화거리에서 핼러윈 데이를 기념하는 포스터나 호박, 거미 등 핼러윈 장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고 장소에 설치된 '추모의 벽'에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골목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권상기씨(71)는 "주말에는 추모 게시판에 메시지를 남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다"며 "주로 단체 여행을 온 외국인들이 이곳에 들러 사진을 찍거나 메시지를 적고 간다"고 말했다.
추모의 벽에 메시지를 남기던 인도네시아 국적의 린다씨는 "여행 중 이태원을 지나다 추모의 벽을 봤다. 비극적인 사건이었던 만큼 마음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해 'R.I.P.'(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며 "모두가 평안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사는 강유미씨(25)는 "지난해 이태원 사고가 났을 때 이태원에서 놀고 있어서 충격이 더 컸다"며 "추모의 벽이 생긴 이후 이태원에 올 때마다 일부러 들러 둘러보곤 한다.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혼비백산이던 그날의 충격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구청 등 관계 당국은 핼러윈 데이 주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전 점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용산구는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광장에 현장상황실을 설치해 군중 분산을 유도하고 차도와 보도의 통행을 관리할 예정이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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