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님 넘어서기엔 부족해…정신 차려야” KIA 168승 대투수 처절한 셀프비판 ‘핑계 사절’[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아직도 이강철 감독님을 넘어서기엔 부족하다.”
KIA 타이거즈 168승 대투수 양현종(35)이 9년 연속 170이닝을 돌파하는 위업을 달성했음에도 처절한 셀프비판을 했다. 자신에 대한 그 엄격한 잣대가 오늘날 대투수로 불리는 원동력이다. 동료들에겐 고마움과 미안함, 관대함을 드러냈지만, 자신에겐 가차 없었다.
양현종은 16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서 7이닝 5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올 시즌을 171이닝으로 마치면서, 2014시즌부터 9시즌 연속 170이닝에 성공했다. 올 시즌 최종성적은 29경기서 9승11패 평균자책점 3.58, 퀄리티스타트 14회에 WHIP 1.34, 피안타율 0.272.
대투수치고 평범한 성적일 뿐, 사실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다. 시즌 중반까지 고전하다 2군 재충전 이후 9~10월 행보는 상당히 좋았다. 9경기서 3승4패 평균자책점 2.16. 양현종다운 날카로움을 찾았다. 140km대 초반의 패스트볼에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이 예년의 예리함을 회복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개인성적과 팀 성적 모두 아쉽다고 했다. “마무리는 잘 했지만 아쉬움이 더 크다. 올 시즌 개인 통산기록을 몇 차례 세웠지만, 팀이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6위라는 성적은 아쉽다.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내 역할이다”라고 했다.
매 시즌 170이닝 소화를 목표로 삼지만, 팀이 포스트시즌에 못 나갔으니 자신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는 얘기다. 양현종은 “2023년은 너무 부족한 시즌이었다. 실패한 시즌이다. 좀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내가 엄청 좋은 성적을 내도 팀이 떨어지면 의미 없다. 반대로 내가 좀 못 던져도 팀이 가을야구를 하면 괜찮다. 올해는 마음이 아프다”라고 했다.
사실 올 시즌 양현종의 ‘진짜’ 목표는 단순히 9년 연속 170이닝이 아닌, 9년 연속 10승-170이닝이었다.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는 이강철 KT 감독이 1989년부터 1998년까지 갖고 있는, 진정한 대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 시즌 중반까지 부진 혹은 불운 여파로 9승에 그치면서, 이 부분만큼은 이강철 감독을 넘어서지 못했다.
양현종은 “8승을 하니 후련했는데 막상 9승을 하니 10승을 못한 게 아쉽다. 이강철 감독님 기록을 하나씩 깨는 게 목표인데 하나를 달성하지 못해 아쉽다. 아직도 이강철 감독님을 넘어서기엔 부족하다”라고 했다.
양현종은 이미 누적 이닝, 탈삼진, 승수에선 차례로 이강철 감독을 넘어선 상태다. 더구나 이강철 감독은 10년 연속 10승 이상 했지만, 10년 연속 170이닝은 못했다. 즉, 올해 양현종이 10승과 170이닝을 동시에 달성했다면, 이강철 감독도 못한 9년 연속 10승-170이닝이라는 대기록을 쓰는 것이었다. 그러면 내년에 10년 연속 10승-10년 연속 170이닝에 도전하며 이강철 감독 이상으로 꾸준함을 인정받을 수 있었으나 실패했다.
물론 이걸 못했다고 누구도 양현종을 이강철 감독보다 부족하다고 바라보지 않는다. 사실 올 시즌 양현종이 잘 던지고도 타선 지원을 못 받은 경기가 꽤 있었다. 유독 양현종이 등판한 날 득점력이 떨어지는 경기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양현종은 이강철 감독 못지 않은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린다. 양현종 스스로 아쉬움이 큰 건 그만큼 목표의식도 높고, 자신을 냉정하게 채찍질하며 달려왔다는 얘기다. 이런 마인드가 있기 때문에 대투수다.
이로써 양현종과 KIA의 4년 103억원 계약은 반환점을 돌았다. 양현종은 “이닝은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다. 170이닝은 내가 매년 해야 할 일이다”라고 했다. 2024시즌도 최소 170이닝을 향해 달리겠다는 굳은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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