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처음 받은 야유 아니었을까...두산팬들이 원하는 건 성적이 아니었다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두산팬들이 성적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이었을까.
두산 베어스가 5위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국민타자'에서 '초보감독'이 된 이승엽 감독의 첫 시즌.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감독 데뷔 시즌에서 이 감독은 합격점을 받을만 했다.
지난 시즌 9위였던 팀을 가을야구에 진출시켰다. 시즌 전 두산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거라는 평가는 많지 않았다. 이 감독의 경험이 없는 것도 없는 것이지만, 전력 자체가 김태형 감독이 이끌던 '왕조 시절'과 비교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양의지라는 리그 최고 포수를 영입한 건 대단한 플러스 요인이었지만, 그렇다고 두산이 안정적으로 가을야구를 할 거란 시선은 많지 않았다. 그런 두산을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려놨으니,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 아닐까. 수년째 가을야구 구경도 못하는 구단들이 많다.
하지만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 최종전. 두산은 3위가 걸린 중대한 경기에서 2대3으로 패했다. 5위가 확정됐다. 그리고 이어진 포스트시즌 출정식. 전광판에 이 감독이 등장하자 야유가 나왔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한 두산 관계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 타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전국민의 스타였던 이 감독. 야구도 잘하고, 인품도 훌륭했다. 선수 시절 야유를 받아본 기억조차 없었을 것이다. 다른 팀 팬들마저도 사랑하던 선수였다. 그런 스타 출신 감독이 팀을 가을야구에 올려놨는데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는 자체가 믿기 힘든 일이다. 물론 환호하는 대다수 팬들 속, 일부팬들의 아유이기는 했지만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결국 '국민타자'로서 늘 최고의 자리에만 있던 이 감독이기에 팬들은 감독으로서도 최고의 모습을 원했을 것이다. 3위를 할 수 있는데 마지막 5위를 한 실망감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원인은 단순히 성적 때문만이 아니라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 감독 선임에서 팬들이 느낀 건 '신선함'이었다. 은퇴 후 지도자 준비를 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틀에 박힌 야구를 하지 않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실제 시즌 초반에는 젊은 선수들을 두루 기용하며 건강한 경쟁 체제를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프로 감독은 성적이라는 숙명 앞에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 감독도 마찬가지. 7월 11연승을 달릴 때만 해도 장밋빛이었다. 하지만 이후 치고나가지 못하며 중위권으로 떨어졌다. 결국 기존 베테랑들의 기용 빈도가 높아졌고, 꾸역꾸역 점수를 내려는 '스몰볼'에 집중했다. 취임 일성으로 '스몰볼'을 외쳤지만, 감독이 이승엽이라면 팬들은 그의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시원시원한 공격 야구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스몰볼'도 탄탄한 게임 플랜 속에 빛을 발하는데,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작전이 아닌,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선택들이 쌓이며 팬들의 불만이 쌓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여기에 시즌 막판 순위 싸움 과정 불펜 운용도 실수가 있었다. 던지는 선수만 계속 나오며 체력이 떨어지고, 결국 경기 후반 뒤집히는 일이 늘어났다. 한 야구인은 "'대박'을 친 브랜든 영입이 없었다면, 두산의 상황은 더 힘들어질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브랜든은 6월 대체 선수로 들어와 11승3패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남겼다.
두산이 잘했다기 보다는,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가 시즌 중후반 갑자기 무너지며 순위 싸움의 수혜자가 됐다고 본다면 골수팬들 입장에서는 이번 정규시즌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졌을 수 있다. 최근 야구팬들은 전문가보다 더 높은 식견을 자랑한다. 단순히 가을야구 나갔다고,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이번 야유 사태를 통해 확인됐다. 이 감독이 첫 포스트시즌, 그리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며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감독으로서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가져야 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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