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건폭과의 전쟁 후 현장은

배규민 기자 2023. 10. 1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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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8월14일까지 250일간 건설현장 폭력행위를 특별단속해 4829명을 송치하고 148명을 구속했다.

노조 관계자들이 대놓고 채용 강요를 못 하자 매일 수십 개의 경미한 민원 접수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등 이전보다 더 시달리는 현장도 일부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일관적이고 강경한 대응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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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고용을 강요하면서 시위하는 사람들이 사라졌어요" (건설현장 관계자)

처음 정부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건폭'이라고 규정하고 전쟁을 선포했을 때 현장에선 반신반의했다. 30년 넘게 뿌린 내린 악습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고 '노조 탄압'이라는 프레임과 반발에 정부도 쉽게 손을 쓰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올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 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라'고 지시한 후 8개월이 흘렀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불법 건설노조와 전쟁을 선포한 지 11개월 흘렀다. 복수의 관계자들이 말하는 가장 큰 변화는 건설 현장에서 채용을 강요한 무법 시위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수도권 한 현장 관계자는 "한 달 동안 받은 노조 관계자 명함만 50개가 넘는다"면서 "보통 골조 공사가 시작될 때 노조에서 채용을 강요하고 협박하면서 금품을 요구하는 데 정부의 대대적인 전쟁 선포 이후 노조 관계자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건설사 관계자도 "채용 강요가 가장 많은데 사실상 사라졌다"면서 "능력 있는 비노조원도 자유롭게 채용할 수 있어 생산성이 높아지고 노조에서 여러 명분으로 뜯어가는 비용이 줄어 하도급 입찰 시 공사 단가를 종전보다 낮게 쓸 수 있는 여력마저 생겼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뿐 아니라 고용노동부, 검찰, 경찰 등 범 정부 차원에서 움직인 결과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8월14일까지 250일간 건설현장 폭력행위를 특별단속해 4829명을 송치하고 148명을 구속했다. 장애인 없는 장애인노조, 유령 환경단체, 사이비 언론인 등 노조나 공익 단체의 외형만 갖추고 업무방해, 금품 갈취 등 폭력행위를 일삼은 단체들도 잡았다.

노조 관계자들이 대놓고 채용 강요를 못 하자 매일 수십 개의 경미한 민원 접수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등 이전보다 더 시달리는 현장도 일부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일관적이고 강경한 대응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과제는 있다. 문화가 안착하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정권에 상관없이 악습과 불법행위가 근절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올 5월 민·당·정은 '건설현장 정성화 5대 법안' 개정을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아직 없다. 아직 일부는 노조의 더 큰 보복이 두려워 불법행위를 신고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정권이 교체될 경우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건설사도 공정한 건설 현장 문화 안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월례비는 사라졌지만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일부 업체가 근무 시간 외 수당을 시간당 30만원으로 책정하는 등 사실상 월례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례비는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건설사와 그 직원도 처벌하도록 발의했지만 그 전에 건설사도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벗어나기 위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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