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 학교서 '마을 거점'으로 살아난 경남 둔덕중

김형환 2023. 10. 18.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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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의 유쾌한 반란]③경남 거제 둔덕중
‘전교생 24명’ 학교, 3년만에 학생수 4배로
주민과 함께하는 배움터로 활력찾은 마을
악기·웹툰 등 동아리에서 진로찾은 학생도

지방의 마을들이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인구 감소 시·군·구 89곳 중 85곳이 지방입니다. 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 학교마저 사라지면 새로운 인구 유입 가능성은 아예 차단됩니다. 이데일리는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 시골학교를 살려나가는 사례를 5회에 걸쳐 보도합니다.<편집자주>

1.경북 포항 청하중

2.경북 문경 당포초

3.경남 거제 둔덕중

4.전남 구례 중동초

5.강원 양양 현북초

[거제=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학교와 함께 둔덕면 마을 자체가 젊어지고 있어요.”

지난 7월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 마을주민 등이 모여 지난 1학기를 평가하는 ‘교육공동체 다모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경남 거제시 둔덕면 소재 둔덕중학교 11회 졸업생인 이성재(60) 주민자치회장은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3년 전 학생 수가 24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를 겪었던 둔덕중은 3년 만에 전교생이 4배 가까이 늘었다. 이렇게 둔덕중이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을과 함께하는 공동배움터 덕분이다. 바리스타·베이킹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동아리 프로그램이 학생·학부모·주민 모두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덩달아 둔덕중도 되살아나고 있다.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25명에 그쳤던 둔덕중 전교생 수는 올해 94명까지 늘었다. 둔덕중의 성장 배경에는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 교사들은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를 살리기 위해 고민했고 그 결과 마을과 동반 성장하는 방안을 세웠다. 최윤현 전 둔덕중 교장은 “공모교장으로 둔덕중에 온 이후 학생과 주민들이 함께하는 ‘마을배움터’가 학교를 살릴 방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이후 30여개의 동아리를 운영했으며 이로 인해 매년 찾는 학생이 늘어나는 학교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둔덕중 학생들이 둔덕면 인근 마을을 찾아 경로잔치를 열었다. (사진=둔덕중 제공)
마을까지 살린 둔덕중의 ‘마을배움터’

지난 1학기 말 찾은 둔덕중에서는 학생·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마을주민이 모여 지난 학기를 평가하는 ‘교육공동체 다모임’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다모임 행사는 학생·교사 등 학교 구성원 전체가 모여 학교 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둔덕중의 경우 다모임 행사에 학부모와 마을주민도 참여한다. “체육관에 시계가 없어 불편합니다. 시계를 설치해주세요.” 몇몇 학생들의 요구가 나오자 이에 공감하는 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마을주민들은 1학기 동안 운영된 ‘마을배움터’ 동아리가 마을에 활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마을배움터’ 동아리는 지금의 둔덕중을 있게 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해당 동아리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동아리 활동을 원하는 마을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마을배움터 동아리에선 바리스타·베이킹·마을해설사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학교 관계자는 “동아리 활동에서 체험할 수 있는 생소한 경험 때문에 학생들뿐만 아니라 주민들까지 모두 즐거워한다”고 했다.

마을배움터의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된다. 학교 교사들의 노력으로 선정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사업들 덕분이다. 이성재 주민자치회장은 “대부분이 어르신인 마을 주민들이 어린 학생들과 함께 생소한 빵 굽기나 커피 내리기를 하면서 적적함을 달래고 있다. 둔덕중이 둔덕 마을을 살렸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보통 시골 마을에서 행사를 열면 노인들만 오는데 여기선 어린 학생들이 와서 공연도 하고 손자처럼 말동무도 해주니 주민들의 호응이 크다”고 했다.

둔덕중이 운영 중인 바리스타 관련 ‘마을배움터’. (사진=둔덕중 제공)
동아리 활동서 적성·진로 찾는 학생들

1인 1악기 배우기 활동 역시 둔덕중의 자랑이다. 학생들은 트럼펫·색소폰 등 본인이 원하는 악기를 선택해 1학년 때부터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은 틈틈이 악기를 연습한 뒤 연말에 열리는 학교 연주회에서 실력을 발휘한다. 연주회 역시 주민들이 관객이 되기에 마을 잔치처럼 진행된다. 2학년 김규비(14)양은 “색소폰을 배우고 있는데 어렵지만 조금씩 실력이 늘고 있다”며 “학교 연주회 등을 통해 자신감을 기를 수 있는 점도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진로를 찾는 학생도 있다. 2학년 옥상원(14)군은 “배구 등 체육활동을 좋아해서 다양한 스포츠 활동이 가능한 둔덕중에 입학했다”며 “앞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체육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3학년 김현주(15)양은 “웹툰 작가라는 직업을 동경했는데 미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선생님께 상담을 받으면서 꿈을 구체화히고 있다”며 “통학 시간이 꽤 걸리지만 만족스럽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둔덕중의 교육활동에 만족하고 있다. 2학년 아들을 둔덕중에 보낸 조정경(53)씨는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둔덕중의 장점”이라며 “아들이 악기를 배워 마을 축제에서 공연도 하고 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통학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지만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딸을 둔덕중에 보낸 김미선(44)씨는 “학생들이 원하는 동아리를 학생자치회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둔덕중을 선택했다”며 “동아리를 통해 다양한 진로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둔덕중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교육청의 제도적 지원도 있었다. 경남교육청은 둔덕중과 같은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광역학구제를 운영하고 있다. 광역학구제는 학생들이 주소 이전 없이 인근 다른 학구의 작은 학교로 입학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둔덕중은 2022년 신입생부터 광역학구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2020년 24명에 그쳤던 전교생 수는 2022년 53명으로, 올해 94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전교생 94명 중 53명(56.4%)는 둔덕면 외 지역에서 입학한 학생들이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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