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정감사] 주먹구구식 산림경영 도마에…“이대론 탄소중립 달성도 요원”
2050년 72% 수령 50년 넘어
“경영계획수립 권고 그쳐 한계”
산불진화인력 처우 개선 없고
산사태 취약지역 정확성 낮아
재해 대응책 강화 주문 잇달아
16일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열린 산림청 등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산림순환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를 공히 지적했다. 이상기후로 빈번해지는 산림재해에 대한 산림청의 적극적 대응도 당부했다.
◆ 산림순환경영 체계 확립해야=국감장에선 경제성 있는 나무를 심고 벌채 적령기엔 수확해 다시 어린나무를 심는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현재의 주먹구구식 산림경영으로는 15% 수준인 목재 자급률을 높일 수 없다는 게 의원들의 지적이었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진해)은 “국내 목재는 거의 보드나 펄프용으로 사용된다”면서 “고급 소비를 어떻게 유도할지, 산림청이 가치 창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은 “지역민과 협의해 원하는 수종을 심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림순환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선 임업분야 탄소중립 달성이 요원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은 “2050년이면 수령 50년 이상인 나무가 전체의 72%에 이르고,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늙은 나무 증가로) 숲의 탄소 흡수량도 2020년 4560만t에서 2050년 1400만t으로 감소한다”면서 “산주나 산림조합이 산림경영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해 체계적으로 산림을 경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림경영계획 수립은 현재 권고사항으로, 2022년 사유림의 계획 수립 비율은 23%에 그친다.
산림경영의 핵심 기반인 임도를 확충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은 “임도가 잘 갖춰지면 조림·벌채 비용이 30%가량 낮아진다는 연구가 있다”면서 “10년 단위 임도 확충 장기 계획을 만들고 이에 따라 임도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임도 설치와 인위적 숲가꾸기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와 공방이 벌어졌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임도와 숲가꾸기가 산불과 산사태 피해를 키운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성현 산림청장은 “임도와 숲가꾸기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산림청장으로서 참고인의 주장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 산림재해 적극 대응 긴요=산림재해 대응 강화 주문도 잇따랐다. 특히 산불 지상 진화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처우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고용노동부가 산불 진화 인력에 대한 위험수당 지급 등을 권고했음에도 내년도 예산안에 산불특수진화대의 위험수당·가족수당·특수건강진단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8만원·33만5000원짜리 산불 진화용 헬멧을 국감장에 들고 와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유림관리소별로 산림 진화 장비를 구입하다보니 가격과 기능이 천차만별이고 이는 산불 진화 역량과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면서 “산림청이 통합 구매해 관리소에 분배해달라”고 주문했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야간 산불 진화를 위한 헬기 도입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산사태 대응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부산 서구·동구)은 “산사태 취약지역이 2017년 대비 4000곳이나 늘었지만 산사태가 취약지역에서 발생하는 비율은 전체의 8.1%(2020년 기준)에 그친다”면서 “취약지역 지정을 절대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지정 정확성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충남 당진)은 “올해 산사태 취약지역 2만8194곳 중 사방댐이 설치된 곳은 14%인 4066곳에 그친다”면서 “취약지역 운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산사태 예방 효과가 증명된 사방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 병해충 확산 방지책 미흡 질책=병해충 유입·확산 방지책이 미흡하다는 질책도 있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은 “세계 3대 수목병인 ‘느릅나무 시듦병’이 2021년 국내에 유입돼 피해가 발생했지만 (산림청은) 2년이 지나도록 방제 약제조차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2019년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된 아열대 외래 해충 ‘노랑알락하늘소’는 올해 7월 정착 번식한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래 병해충에도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문제도 다뤄졌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재선충병 피해 소나무가 2021년 31만그루에서 2023년 107만그루로 크게 늘었고 피해가 확산하는 추세”라면서 “최근 도서지역·국립공원 등에서도 피해가 증가하는 만큼 산림청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서 있는 산림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준병 의원은 “석산 개발, 토석 채취에 따른 최근 10년간 민형사 소송 결과를 보면 행정청에서 승소하는 비율이 60%(86건)밖에 안됐다”면서 “이는 인허가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인데, 환경영향평가를 개선하든 법률적 구제 절차를 강화하든 해서 민원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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