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입에 ‘짝’ 달라붙게 고아…“국물맛 한번 베지근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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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맛이 베지근하우다."
제주 사람들에겐 고깃국 맛을 칭찬하는 최상급 표현으로 통한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은 "혼례를 마치고 흰 적삼을 입은 새색시가 손으로 뼈를 들고 발라 먹는 건 우리 정서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얌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조리법"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채 베지근한 맛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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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앞다리·몸통 사이 갈비뼈…잔칫날 신부만 먹는 귀한 부위
메밀가루 푼 국물은 걸쭉·구수…없는 살림에 손님들도 배 든든
“국물맛이 베지근하우다.”
‘베지근하다’는 제주 사투리로, 기름진 맛이 깊고 진하면서도 담백하다는 의미다. 속을 든든히 채워준다는 말로도 쓰인다. 제주 사람들에겐 고깃국 맛을 칭찬하는 최상급 표현으로 통한다. ‘베지근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향토음식이 바로 ‘접짝뼈국’이다. 접짝뼈는 좁짝뼈라고도 불리며 ‘접으면 짝 붙는 뼈’라는 뜻으로 돼지 앞다리와 몸통 사이 1∼3번 갈비뼈를 이른다.
과거 제주에선 집안 잔치를 벌일 때면 돼지를 잡았다. 살코기는 쪄 돔베고기(도마 위에 올린 수육)로, 내장은 순대로, 뼈는 푹 고아 국으로 끓여 손님과 나눠 먹었다. 돼지고기 육수에 해조류인 모자반을 넣은 몸국, 고사리를 넣은 고사리육개장 등이 대표적인 잔치 국이다. 그중 접짝뼈국은 결혼식에만 등장하던 특식이다. 접짝뼈는 돼지 한마리에서 어른 손바닥 2개 정도의 양밖에 나오지 않는 부위다. 그만큼 귀하디 귀했으니, 그날의 주인공인 신부 몫으로만 돌아갔다.
전통적인 접짝뼈국은 육수에 뼈를 잘게 잘라 넣고 끓인다. 여기에 감칠맛을 더할 무와 두부를 썰어 넣는다. 마지막으로 메밀가루를 풀면 걸쭉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난다. 국이나 탕에 메밀가루를 넣는 것은 제주 향토음식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제주는 화산섬이라 배수가 지나치게 원활해 벼농사가 잘되지 않았다. 대신 메밀이 흔했다. 메밀을 익히면 찰기가 생기는데, 고기를 적게 넣고 국물을 많이 잡아 끓인 고깃국에 메밀가루를 풀면 고기에 메밀이 붙는다. 그걸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전부 고기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 곡류가 들어간 터라 배를 채우기에도 좋았다. 없는 살림에 손님 모두를 배불리 먹게 한 선조의 지혜였던 셈이다.
접짝뼈국은 다른 뼈국과 달리 손으로 건더기를 들고 살을 발라 먹는 수고가 필요 없다. 접짝뼈를 한입 크기로 잘라 넣어서다. 숟가락만으로도 쉬이 먹을 수 있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은 “혼례를 마치고 흰 적삼을 입은 새색시가 손으로 뼈를 들고 발라 먹는 건 우리 정서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얌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조리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색다른 향토음식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섬 곳곳에 접짝뼈국을 내놓는 식당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접짝뼈가 워낙 생산량이 적은 탓에 돼지 등뼈로 요리하는 곳이 많은데, 엄밀히 말하자면 전통과는 거리가 멀다. 양 원장은 “제주 음식이 관심을 받는 것은 좋지만 역사가 깃든 향토음식이 적절한 설명 없이 변질되는 것은 안타깝다”고 전했다. 제주시 삼양이동에 있는 화성식당은 전통 조리법을 고수하고 있다. 냉면 그릇에 담겨 나오는 음식은 정체를 짐작하기 어렵다. 숟가락으로 뽀얀 국물을 뜨면 마치 크림수프 같다. 처음엔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채 베지근한 맛을 느껴보자. 앙증맞은 크기의 접짝뼈는 한번에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어 뼈를 발라 먹는다. 더 맛있게 즐기는 팁은 송송 썬 청양고추를 듬뿍 넣는 것. 깔끔하게 매운맛이 입맛을 당긴다. 반쯤 숟가락을 놀리면 식당 사장이 나와 국 반 그릇을 서비스라며 내놓는다. 그러면서 “지금이 오전 10시니까, 몇그릇 더 드릴 테니 저녁까지 드시고 가세요”라고 한다. 조리법만 전통일까. 인심 좋게 손님을 대접하려는 식당 사장의 마음씨도 잔치상 차리던 선조들만큼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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