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재배부터 숙성·유통까지…샴페인 모든 과정 ‘하우스’가 관장

서지민 2023. 10.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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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14) 샴페인 하우스 탐방기
120년 역사 ‘페르낭 르메르’
4대에 걸쳐 가문 노하우 지켜
수확·압착·발효 직접 검수
최상급 인증 ‘AOC’ 통과
자연의 맛 담기 위해 ‘유기농’ 고집
세계문화유산 ‘뵈브클리코’
‘노란색 라벨의 탄생’ 투어 운영
시선 사로잡는 화려한 정원
전쟁 피난처로도 쓰인 지하창고
‘시음 체험’도 관광객에 인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샴페인 언덕·하우스·지하창고 가운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단연 하우스다. 포도 재배부터 와인 숙성·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관장할뿐더러 전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에게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20년 동안 4대에 걸쳐 운영하고 있는 페르낭 르메르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대형 하우스 뵈브클리코를 다녀왔다.

소규모지만 고품질 샴페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페르낭 르메르 하우스의 브누아 페르낭 대표가 지하창고에서 숙성되고 있는 샴페인을 소개하고 있다.

◆장인 정신 뽐내는 페르낭 르메르=샹파뉴 지역 안쪽 깊숙이 위치한 시골마을 오빌리에에는 1903년 문을 연 샴페인 하우스 페르낭 르메르가 있다. 브누아 페르낭 개인 와인농가 조합 협회장이 운영하는 소규모 양조장으로 구역은 크게 3곳으로 나뉜다. 손님을 맞는 웰컴센터, 지하창고로 연결되는 생산동, 바로 옆 오솔길로 연결된 7㏊ 규모의 포도밭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 경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아버지로부터 하우스를 물려받은 브누아 대표는 파리에서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포도 수확·압착·발효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직접 검수한다”고 말했다.

생산 과정은 모두 프랑스의 지리적표시제인 원산지명칭통제(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를 따른다. AOC는 농산품과 식료품 분야에서 원재료 생산 구역, 재배 방법, 제조 방식을 까다롭게 확인해 최상급 품질임을 인증하는 제도다. 프랑스 내에선 가격이 비싸도 상품 라벨에 이 마크가 붙어 있으면 믿고 구매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샴페인 AOC 규정에는 포도나무 가지치기 방법, 포도즙 압착 횟수, 와인 발효 기간 등이 세밀하게 명시돼 있다.

브누아 대표는 “지키기 까다롭긴 하지만 국가에서 정한 규정 덕분에 수많은 종류의 샴페인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페르낭 르메르에서 가공한 샴페인 라벨을 살펴보면 모두 ‘유기농’ 마크가 붙어 있다. 무려 15년 전부터 어떠한 화학 성분도 쓰지 않고 있다. 토양·기후에서 오는 자연 그대로의 맛을 샴페인에 담기 위해서다.

전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이 뵈브클리코 전속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지하창고 구석구석을 둘러본다.

◆샴페인의 역사 생생하게 보여주는 뵈브클리코=이곳은 1772년 설립돼 지금은 연간 매출액이 3553억원에 달하는 대형 샴페인 하우스다. 한국에서도 ‘노란색 라벨’ 샴페인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샴페인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전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은 샴페인을 수입했는데 그중에서도 뵈브클리코는 항상 판매량 1·2위를 다툰다.

이곳의 투어 프로그램은 모두 8가지로 한 두달 전 예약도 어렵다. 기본 프로그램은 ‘노란색 라벨의 탄생’으로 1시간가량 하우스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포도밭을 방문하고, 로제 샴페인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각 투어는 진행 시간이나 시음 때 마시는 샴페인 종류에 따라 5만원부터 35만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노란색 라벨의 탄생’ 프로그램을 따라가봤다. 뵈브클리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형형색색 꽃이 만발한 화려한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샴페인 하우스는 귀족 문화를 대표하는 샴페인의 역사·이미지를 관광객에게 전하는 데 주력하는데, 정원이 큰 몫을 한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유서 깊은 샴페인 하우스의 지하창고를 둘러보는 것이다.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피부로 축축함과 서늘함이 느껴진다. 창고 내부는 온도 10∼12℃, 습도 80%를 유지한다. 규모 자체도 압도적이다. 전체 길이는 24㎞에 달하고 면적은 주변 샴페인 하우스들 가운데 가장 넓다. 벽면을 들여다보면 이곳에 깃든 역사를 읽을 수 있는데 40년 이상 일한 직원들의 이름·업무가 새겨져 있다. 또 제1차 세계대전 때 피난처로 쓰여 민간인과 군인들이 남긴 흔적도 볼 수 있다.

하우스 가이드는 “샴페인 하우스에선 오랜 시간 주민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삶을 함께 해왔음을 알 수 있다”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것도 이같이 역사적 순간에 항상 함께했다는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에서 온 아르노 자키네씨는 “값진 경험을 한 것 같다”며 “앞으로 샴페인을 마실 때마다 이 황홀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마른(프랑스)=서지민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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