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자연환경 이겨낸 샹파뉴…샴페인, 200년간 지혜를 빚어내다
포도밭 언덕·저장고·하우스
2015년 세계문화유산 등재
블렌딩 기술 등 부단히 연구
“농가·유통인 모두가 개발자”
2015년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언덕, 샴페인 하우스와 저장고’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200년에 걸쳐 정립된 샴페인의 복잡한 양조 과정과 드넓은 포도밭이 지닌 자연경관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 우리나라에서도 막걸리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 샴페인이 지닌 힘을 알아보고자 샹파뉴지역을 찾아가봤다.
샴페인은 스파클링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프랑스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150㎞ 떨어진 샹파뉴지역에서 만든 것만 일컫는다. 샹파뉴는 오브·아르덴·마른·오트마른 4개주로 이뤄져 있다. 이곳 주민들 삶은 샴페인과 떼어놓고 말하기 어렵다. 319개 마을에 3만2500㏊ 규모 포도밭이 있고, 1만4000명 넘는 농민과 5000여명 생산자가 매년 3억1000병에 달하는 샴페인을 생산한다. 매년 전세계에서 2900만명이 찾아오는 여행 명소로 관광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샹파뉴지역은 연평균 기온이 10℃에 머물 정도로 춥고, 비 오는 날이 365일 중 200일에 달할 만큼 습하다. 백악질 토양 위에 모래·점토로 덮인 척박한 땅 역시 악조건이다. 다만 이곳 주민들은 수세대에 걸쳐 크고 작은 난관을 극복해 지역 맞춤형 산업을 발전시켰고, 그게 바로 샴페인이다. 습기를 머금은 백악질 토양 특성이 양조용 포도 성장 조건에 적합하단 걸 깨달았고,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열매에서 떫은 맛이 덜하다는 걸 발견했다.
30년 동안 포도농장을 운영해온 에릭 토마스씨는 “선조들은 작황이 매년 좋을 수는 없다는 점을 인지해 동시에 블렌딩 기술을 발전시켰다”며 “다른 해에 만들어둔 포도즙을 적절히 섞어 완벽한 맛의 조화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샴페인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지하창고다. 지질이 부드러워 깊고 넓은 지하창고를 만들기 수월했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연구가 이뤄졌다. 오랫동안 축적돼온 샴페인 제조 과정의 역사가 지하창고 곳곳에 깃들어 있다. 가령 모든 양조장이 사용하는 ‘리들링 테이블’은 샴페인 병을 비스듬히 눕혀 병목에 효모 찌꺼기를 모으는 기계다. 이 기계가 발명되기 전까진 지금처럼 맑은 샴페인을 마실 수 없었다. 탄산을 감당하지 못하고 복불복으로 터지는 유리병 문제를 해결한 건 영국에서 들여온 유리 제조 기술 덕분이다. 철사로 코르크 마개를 고정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 역시 신의 한수였다.
브리지트 바토네 샴페인위원회 홍보 담당자는 “샴페인 개발자를 한명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며 “생산·유통에 관련된 많은 이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형태가 완성됐다”고 밝혔다.
포도 수확철이면 샹파뉴지역의 한 마을 오빌리에에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이곳에 오면 주렁주렁 열린 포도송이가 언덕마다 넘실거리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 오빌리에 관광소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포도밭 한가운데서 샴페인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가로지르기도 한다. 술이 있는 자리에 음악이 빠질 수 없는 법. 지역예술가들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밤마다 감상할 수 있다.
바토네 홍보 담당자는 “특정 지역에서 만들어진 전통주가 이렇게 지역과 시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단 사실이 놀라울 뿐”이라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만들어온 문화가 널리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샴페인은 단순히 샴페인 한병을 지칭하진 않는다. 포도를 키워내는 토양, 감히 흉내 내기조차 어려운 복잡한 공정이 이뤄지는 지하창고, 샴페인을 최상의 상태로 유통하고 관광객에게 선보이는 하우스까지 세가지의 앙상블이 조화롭게 이뤄졌다는 것이 샴페인문화가 가진 힘이다.
마른(프랑스)=서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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