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기후위기에 맞서는 저탄소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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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8일)가 지난 지 열흘, 며칠만 있으면 상강(24일)이다.
농업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27.1%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친환경·저탄소 농업 확대와 탄소배출권거래제,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참여 농가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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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심한 병충해로 농사 망쳐
이상기온 대응 탄소중립 추진
다양한 제도 있지만 효과 한계
품목별 실천 매뉴얼 마련하고
교육·홍보 통해 참여 유도해야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8일)가 지난 지 열흘, 며칠만 있으면 상강(24일)이다. 먼 산에는 단풍이 물들고 국화꽃에 이슬이 내려 가을이 깊어간다. 누렇게 변한 들판에서는 콤바인이 벼를 베고 물벼를 실은 벌크트럭이 쉴 새 없이 논길을 드나든다. 옛날 같으면 벼를 베어 묶어 말리고 타작하는 데 동네 사람들이 매달려 며칠을 일했지만 지금은 기계가 대신하니 이웃 간에도 얼굴 볼 일이 드물다. 아직 들깨며 콩을 수확해야 하고 마늘과 양파도 심어야 하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들에서 살다시피한다.
올해는 봄철의 낮은 기온과 가뭄, 여름철의 폭염과 집중호우, 가을장마와 태풍으로 유난히 자연재해가 많았다. 기상청에 의하면 올여름(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4.7℃로 예년의 23.7℃에 비해 1℃나 높았다고 한다. 강수량은 1018.5㎜로 평년보다 291.2㎜나 더 많았다. 평균기온이 24℃ 이상이면서 자주 비가 오면 탄저병 등 병해충에 걸리기 쉬운 조건이 된다. 이웃마을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숙모는 너댓번씩 따던 고추를 올해는 탄저병 때문에 한번밖에 수확하지 못했고, 인근 지역의 어느 농가는 ‘갈라’ 사과에 병이 심해 농약을 22번이나 쳤지만 품질이 떨어져 팔 수 없자 아예 나무를 베어버렸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30년쯤에는 경상도에서 아예 사과 재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평균기온이 1.5℃ 올라가면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가 지역에서는 침수와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가뭄·홍수·폭우·폭염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온실가스 감축을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 3. 21.)’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 달성을 위한 부문 및 산업별 과제를 발표했다.
농업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27.1%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친환경·저탄소 농업 확대와 탄소배출권거래제,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참여 농가가 많지 않다. 이밖에 스마트온실 확대와 질소질비료 사용 감축 등 저탄소 농업기술 보급, 에너지 이용 효율화 및 가축분뇨 에너지화사업 등을 확대하고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유관기관에서도 저탄소 식생활 실천운동, 소규모 마을발전소 건설,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 등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위험에 대한 절박성이 크지 않은 데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감축에 따른 인센티브가 미흡해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 저탄소농업을 정착시킬 수 있을까? 먼저 저탄소농업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하면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할 수 있는지 밝히고, 품목별 실천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저탄소 인증제도와 배출권 거래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친환경농업과 농산물우수관리(GAP), 환경부의 그린카드 등 관련 정책과 연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친환경 생산물의 차별적 유통시스템을 구축하고 윤리적 가치소비에 대한 교육·홍보를 통해 국민들의 이해와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이란 구호만 무성한 가운데 지난해 우리 사과학교 관계자와 교육생이 중심이 돼 마을 단위로 비료와 농약을 적게 치고 제초제와 성장촉진제·착색제를 사용하지 않는 저탄소사과를 생산해 차별적으로 유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에 맞서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모색하는 이들의 도전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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