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호환마마보다 기후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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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가 예삿일이 돼가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 수십년간 기존 포도농사를 연장하는 데 들였던 돈을 기후변화 대응에 썼더라면 나았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내년도 기상청 연구개발 예산안은 올해 예산에 견줘 19.4%(212억원) 삭감됐으며, 이중 기후 위기 및 재난 관련 항목은 130여억원이 줄었다.
옛날 아이들에게 겁을 줄 때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호환·마마·전쟁만 한 것이 없었다면 이제는 기후재난이 가장 두려운 대상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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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가 예삿일이 돼가고 있다. 개화기 이상저온과 언피해는 지난 몇년간 해마다 이어졌고, 올해는 아열대성 곤충인 노랑알락하늘소가 제주에서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심지어 지난여름엔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탄저병 피해가 확산된 가운데 복숭아농가에서 일명 ‘돈 잡아먹는 나무 현상’으로 불리는 이상 질병마저 창궐해 아예 과원의 나무를 통째로 베어버리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 몇년새 국내에서 번지고 있는 ‘돈 잡아먹는 나무 현상’이란 정상적으로 꽃과 열매를 맺던 과수가 가을 수확을 앞두고 붉은 진물을 흘리다 며칠 지나지 않아 갑자기 말라 죽는 증상을 말한다. 농민 입장에선 농자재와 인력을 투입해 공들여 관리했지만 수확의 결실을 얻기는커녕 손쓸 새도 없이 과수가 죽어버려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더욱이 기후변화 때문으로 짐작만 할 뿐 아직까지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아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아예 새로운 기후에 맞는 농업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와인 산지 중 한곳인 랑그도크의 와인 생산자들은 “지난 30년간 와인의 알코올 함량이 1∼2%포인트 증가해 맛이 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 수십년간 기존 포도농사를 연장하는 데 들였던 돈을 기후변화 대응에 썼더라면 나았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4월 정부가 첫 발간한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온난화 속도는 전세계 평균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9년간(1912∼2020년) 한국의 연평균기온 상승폭은 약 1.6℃로 세계 평균인 1.09℃보다 높았다. 표층 수온도 1968∼2017년까지 50년간 1.23℃ 올랐다. 이는 세계 평균을 약 2.6배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가적인 연구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내년도 기상청 연구개발 예산안은 올해 예산에 견줘 19.4%(212억원) 삭감됐으며, 이중 기후 위기 및 재난 관련 항목은 130여억원이 줄었다. 특히 가뭄과 폭염 등을 다루는 특이기상연구센터 예산은 전년 대비 60%가 줄었다. 한반도의 새 기후에 맞는 병충해와 작물에 대한 연구 역시 미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옛날 아이들에게 겁을 줄 때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호환·마마·전쟁만 한 것이 없었다면 이제는 기후재난이 가장 두려운 대상이 돼가고 있다. 미래의 후손들이 기후재난에 처하지 않도록 범정부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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