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 칼럼] 친환경 먹거리 예산은 대한민국 미래를 살리는 일

관리자 2023. 10.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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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절박한 문제는 인구절벽이다.

올해 갑작스러운 국비 예산 집행 중단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들은 자체 예산으로 어렵사리 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인 먹거리 지원사업을 중단해놓고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은 너무도 공허하다.

여야는 잠시 정쟁을 멈추고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과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예산을 복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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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절박한 문제는 인구절벽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올해 상반기의 추세를 볼 때, 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심지어 영국의 한 연구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기도 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막대한 재정 투자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요즘, 젊은이들에게 결혼·출산·육아는 정말로 힘든 결정이다. 이 어려운 결정을 개인의 결단과 희생에만 맡겨서는 곤란하다. 국가가 출산을 도와주고 육아를 거들며 사회가 아이를 함께 키워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정부의 거꾸로 가는 몇몇 정책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과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예산 삭감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에는 기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예산 157억원과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예산 72억원이 포함되지 않았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은 임산부와 신생아의 건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연간 48만원 상당의 친환경 먹거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2022년 한해에만 8만명이 지원을 받았다.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임산부는 물론 태아에게 물질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큰 격려를 보내는 일이다. 이런 뜻깊은 사업에 대한 정부 예산을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출산장려 기조에 반하는 어리석은 결정이다.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의 효과와 임산부 만족도에 대해서는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인정하고 있다. 올해 갑작스러운 국비 예산 집행 중단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들은 자체 예산으로 어렵사리 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 자치구 중 출산율 1위인 성동구는 구청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을 지속함으로써 산모의 건강 증진과 친환경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단을 적극 칭찬하고 싶다.

한편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은 방과 후 돌봄을 받는 어린이들에게 일주일에 한번 친환경 과일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식습관을 길러주면서 건강을 위해 신선한 과일을 먹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좋은 프로그램의 지원 횟수를 늘리지는 못할망정 아이들의 간식조차 끊어버리다니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인가.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인 먹거리 지원사업을 중단해놓고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은 너무도 공허하다. 정치적 이념이나 정책 방향의 차이와 상관없는 것이 음식과 먹는 일이다. 우리 미래를 책임진다고 할 수 있는 귀한 임산부와 아이들의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사업 중단에 따른 시민사회의 비판에 직면하자 정부는 정책 취지나 내용 면에서 부합되지 않는 ‘농식품 바우처사업’과 두사업을 통합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발표는 무책임과 무성의만 도드라져 보이게 할 뿐이다. 이제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야는 잠시 정쟁을 멈추고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과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예산을 복구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 소임을 다하는 길이며 저출산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의 미래를 살리는 일이다.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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