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능력으로 세자녀 평가…오은영 "처절한 첫째, 짠해" 탄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전 테니스 선수 이형택이 자녀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지적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는 '한국 테니스의 전설'로 꼽히는 이형택과 그의 17살 큰딸 이송은이 출연해 부녀 갈등 고민을 털어놨다.

이날 방송에서 이형택은 큰딸 이송은이 경쟁을 어려워해 자꾸만 포기하고, 도전을 회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송은은 다 이유가 있다며 자신을 못 믿는 아빠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관계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관계 속에서 소통이 안 돼 오해가 있기 때문이다. 잘 찾아오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송은은 부모가 막내 여동생 미나와 자신을 차별했다 여러 일화를 전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형택은 "송은이에게 애착이 없어서가 아니라 같이 뭐 하고 싶다고 하면 송은이가 툭 밀어내는 듯한 느낌이 있다. 그런 걸 느끼면 거리를 두고 대하게 되더라"라고 해명했다.

이어 "저는 송은이가 운동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송은이가 머리를 잘 쓴다. 게임 전술 능력이 좋아서 시합에서 이기는 게 있다. 이건 미나보다 오히려 좋다. 그런데 미나가 어디서 잘 한다는 얘기 듣고, 우승을 한다. 둘째 창현이도 상을 받는데 본인(이송은)이 그렇지 않으니까 위축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때 오은영 박사는 "여기서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이형택의 표현에 대해 지적했다.

오은영 박사는 "아이들에 대해 표현하시는 걸 들어보면 여전히 아이들의 능력에 대한 표현이 많다. 아이들을 능력으로 보는 면이 많은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보는 면도 있다. 근데 (이송은 입장에서는) 조금 더 능력 있는 자녀를 생각하고 위한다고 생각하고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계속 비교하는 걸로 느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늘 미나와의 비교인 것 같고, 막내는 어린데도 불구하고 재능이 있고 꾸준히 하니까 첫째가 샌드위치가 된 것 같다"고 일침했다.

이송은은 동생들과 비교 당한다고 느끼는 지 묻자 "한국 와서 적응하기 힘들었을 때는 나는 첫째고, 첫째면 뭐든지 잘해야 하는데 잘하는 게 없고, 동생들은 상을 받으니까 '나는 뭐지?' 생각해 본 적은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한 번은 아빠랑 싸울 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나. 그때 박힌 말이 있다. 아빠가 '너는 자존감이 낮아서 미나를 질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저는 안 그렇다. 미나가 상을 받으면 좋고, 지금도 같은 학교를 다니는데 친구들한테 동생 자랑을 하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오은영 박사는 "제가 봤을 때 송은이가 느끼는 감정 중 질투는 크지 않은 것 같다. 이건 송은이와 부모의 관계 문제다. 부모에게 조건 없이 능력, 성과 없이 나라는 존재 자체로 인정받고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래서 (부모가 이 문제를) 질투로 풀어가면 (송은이의) 마음이 무너질 거다. 욕심, 질투라고 생각하시면 안 된다. 송은이의 마음은 그런 부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모와 자식은 다른 인생이다. (자녀가) 부모가 바라는 삶을 살 필요는 없다. 잘 맞아 떨어지면 모르는데 그러지 않으면 내가 살고 싶은 나의 인생을 사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형택이 자녀들이 배움을 통해 성과를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자 오은영 박사는 "아이의 성향에 맞춰주는 게 많이 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은영 박사는 "이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짠하다"며 이송은과 이형택의 갈등 원인을 짚었다.

그는 "이송은은 능력으로 성취와 성과를 내서 인정을 받고 싶은 아이인데, 대회에서 상을 받을 만큼 특출나지 않을 경우 그걸 해나갈 동기를 잃는다. 그럼 또 놓고 다른 걸 해야 한다. 그걸 찾아서 자꾸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하면 아빠는 '쟤는 너무 지루해하고, 인내심이 없다'고 한다. (이송은은) 능력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아서 인정받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을 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형택은 "제가 그렇게 압박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송은이의 어려움이 인정받기 위해서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고 인내심이 적다고 생각했다. '이걸 넘어서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텐데 왜 자꾸 바꿀까'라고 생각했었다"고 딸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