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다" 정부 무서워 가격 못 올리는 기업들…'임기응변'만 늘었다

김태헌 2023. 10. 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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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유와 설탕 등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 탓에 섣불리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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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올해만 여러 차례 물가 안정 강조
기업들, 정부 주목 제품은 '동결·인하'…관심 멀어지면 '인상'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최근 우유와 설탕 등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 탓에 섣불리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정부 관심 품목에 대해서는 가격 동결을, 비관심 품목은 가격을 크게 올리는 식으로 기업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정세와 관련해 물가 안정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메시지 이후 본격적인 물가 잡기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전날(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3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서민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총력 기울여달라"며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관리를 당부했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배추는 물론 대파와 사과 등 12개 농산물을 최대 30% 할인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일부 품목에 대해 물가잡기에 나선 상황이지만, 여전히 물가 인상률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설탕 가격과 우유 가격까지 크게 치솟으면서 '밀크인플레이션'과 '슈가인플레이션'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식음료 업계는 물론 외식업계도 제품가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 탓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모든 것이 올랐기 때문에 판매 제품 가격도 인상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지금 가격을 올리기는 매우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꼼수'라고 지적받고 있는 경영 방식으로 실적 방어에 나섰다.

프랜차이즈 BBQ는 최근 기상이변 등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올리브유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100% 올리브유를 사용하던 것에서 올리브유 50%를 섞은 블렌딩 오일로 레시피를 변경 했다. 업계는 치킨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내린 결정으로 보고 있다.

또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수입맥주 가격만 인상하면서 대형마트용 375ml 실속팩 용량을 370ml로 줄이며 가격 인상을 억눌러 왔다. 하지만 결국 이달부터 500ml 캔 제품을 제외한 카스·한맥 등 주요 국산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당시 오비맥주 관계자는 "환율 불안과 각종 원부자재 가격 상승,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인한 물류비 인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품가격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유가공 업계는 지난해보다 2배 가량 오른 원유가에도 흰우유 900ml~1리터 제품 가격은 지난해의 절반수준인 3~5%로 인상률을 억제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부합하기 위한 분위기 탓이다. 하지만 흰우유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서 가공유와 치즈 등의 제품은 최대 30% 가량 올리면서 실적을 방어했다.

라면업체들도 지난 7월 밀가격 하락에 따른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일부 제품 가격을 개당 50원 가량 내렸다. 하지만 당시에도 '잘나가는' 인기 제품 가격은 내리지 않아 '꼼수 인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어려운데다, 정부의 물가 안정 메시지가 워낙 강해 이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형국"이라면서도 "우리도 실적 관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부 제품가를 조정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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