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사령관의 눈·귀로 44년… 카투사 출신 76세 공보관 31일 퇴임
1976년 8월 18일 북한군의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터져 주한미군 병력이 판문점에 투입될 때 이들과 함께한 한국인이 있었다. 당시 미 2사단 기관지 소속 카투사였던 김영규(76) 주한미군 공보관이다. 그는 미 2사단 대원들이 북한군과 대치하며 판문점의 미루나무를 잘라 제거하는 ‘폴 버니언 작전’을 지켜보며 기록으로 남겼다. 제대하고 1980년 정식으로 주한미군 공보관이 된 그는 이후 44년간 미군과 한국 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했다. 한미 동맹의 산증인인 그는 오는 31일 은퇴한다. 그를 지난 11일 미 용산 기지에서 만났다.
-최장수·최고령 공보관이다.
“주한미군뿐 아니라 한미연합사·유엔사도 담당했다. 44년간 세 조직의 변화에 함께했다는 데 자부심이 크다. 유엔사의 역할이 커져 최근 유엔사 전담 한국 공보관이 따로 생겼다. 격세지감이다.”
-무슨 역할을 했나.
“한국 공보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 국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영문으로 보고서를 만들어 사령관과 참모들에게 전달한다. 판문점을 지금까지 1000번 넘게 출입했는데 1989년 임수경 밀입북 사건 등 유엔사와 관련된 남북 업무도 했다.”
-2017년 북한군 오청성씨의 귀순 사건도 있었다.
“음모론을 막기 위해 그가 차를 몰고 판문점까지 접근하는 것부터 북한군이 그를 향해 총을 쏘며 추격하는 광경까지 다 CCTV 영상을 공개했다. 발표할 때 한국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영상이 워낙 생생하다 보니 의문 가질 게 거의 없었던 것이다. 우리 군이 포복해서 오씨를 끌어 구하는 영상까지 공개해 오해와 거짓말이 퍼지는 것을 막았다. 잘한 공보 활동으로 평가받았다.”
-아쉬운 점은 없나.
“주한미군지위협정(SOFA)과 관련한 오해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점이다. 한국군도 외국에 파병되면 똑같이 주재국과 SOFA를 맺는다. 몇 년 전 SOFA에 따라 형사재판권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100건의 미군 범죄 사건이 어떻게 처벌됐는지 정리해 보도 요청을 했는데, 어디서도 다루지 않았다. 2002년 미선이·효순이 사건 때도 초기부터 미 장병들이 촛불 집회를 열었는데 이런 점은 거의 부각되지 않았다.”
그는 은퇴 후에도 한미 동맹의 발전을 위한 일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엇을 할지는 아직 엠바고(보도유예) 상태입니다. 하지만 기대는 해주십시오. 아직 일할 열정이 있습니다.” 한미연합사는 오는 20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리는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그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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