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에 눈물짓는 미영씨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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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씨(가명)는 경기 김포시의 한 가방공장에서 일했던 50대 중반의 여성 근로자다.
미영씨는 체불임금을 790만 원으로 계산했으나, 업주는 이 중 557만 원은 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
미영씨의 근무기간은 2014년 11월 17일부터 2018년 9월 28일까지 4년 10개월(1,382일). 시효기간을 고려해 임금 전액을 받기 위해서는 2017년 11월엔 소송을 제기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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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씨(가명)는 경기 김포시의 한 가방공장에서 일했던 50대 중반의 여성 근로자다. 그는 2020년 2월 26일 밀린 임금을 받아달라며 우리 공단 부천출장소를 찾았다. 즉시 사건을 접수하고 김포시법원에 임금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업주는 며칠 만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미영씨는 체불임금을 790만 원으로 계산했으나, 업주는 이 중 557만 원은 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 예견된 답변이었다. 근로기준법 제49조는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영씨의 근무기간은 2014년 11월 17일부터 2018년 9월 28일까지 4년 10개월(1,382일). 시효기간을 고려해 임금 전액을 받기 위해서는 2017년 11월엔 소송을 제기했어야 했다.
미영씨는 펄쩍 뛰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3년으로 정한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불합리하다고, 그 당시에는 이런 법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근무 중인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미영씨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의 울분은 오래된 레퍼토리에 불과하다. 미영씨는 과거에도 많았고, 현재도 있고, 미래에도 많을 것이다. 공단이 매년 처리하는 임금채권 관련 소송은 5만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미영씨처럼 소멸시효에 막혀 체불임금을 모두 받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공단은 이 사건을 대법원으로 가지고 가기 위해 김포시법원에 근로기준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위헌성이 없다며 '기각'했다.
다음으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냈다. 혹자는 퇴직금채권과 임금채권 모두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있는데 임금채권에만 시효를 늘릴 이유가 없다고 한다. 실제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퇴직금채권은 퇴직 직후부터 시효가 시작되지만 매월 지급되는 월급 같은 임금채권은 매월 시효가 진행된다. 그래서 억울한 미영씨가 많은 것이다.
헌법소원을 한 지 3년 2개월이 흐른 지난달 25일 헌재는 '각하' 결정을 통보했다. 그럴 만한 사정도 있었다. 3년이라는 세월 속에 진행된 민사소송에서 미영씨는 1심에서 패소했고, 항소심에서는 재판부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여 소송이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헌재로서는 청구인의 관련 민사소송이 종료된 마당에 이 사건을 심판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미래의 수많은 미영씨들은 어떡하라고?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이어 다음 차례가 있다면 국회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것 외에는 달리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 길은 험하고 아득하게만 보인다.
위승용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률지원단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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