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전종서와 협업 이충현 감독 “발레 공연 같은 성범죄 복수극 보여주려 해”

라제기 2023. 10. 18. 04: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단편영화 '몸 값'(2015)이 화제를 모았다.

이 감독은 "최근 몇 년 사이 있었던 사회적 문제"를 염두에 두고 '발레리나' 극본을 썼다.

이 감독은 "서울에 이국적인 곳이 많은데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선 잘 담기지 않았다"며 "옥주가 그런 공간을 배경으로 발레 공연처럼 복수극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감독은 "('발레리나') 극본을 쓰면서 종서 배우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콜' 이어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 연출
'몸 값'으로 주목받고 승승장구 33세
"여성이 판 뒤집는 내용에 관심 많아"
이충현 감독은 “여자들을 심리적으로 조정하고 왕처럼 구는 남자들이 별것도 아닌 볼품없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며 “그들의 실체를 ‘발레리나’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단편영화 ‘몸 값’(2015)이 화제를 모았다. 유명 영화사 용필름이 장편영화 ‘콜’(2020) 연출을 의뢰했다. ‘몸 값’은 6부작 동명 드라마(2022)로 거듭났다. 최근엔 새 영화 ‘발레리나’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33세에 일군 이력으로선 화려하고도 화려하다. 이충현 감독은 지금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중 한 명이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자신이 이룬 성과를 낮췄다.

‘발레리나’는 복수극이다. 경호원이었던 옥주(전종서)가 화면 중심에 있다.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친구 민희(박유림)가 세상을 떠난다. 피의 복수를 부탁하고서다. 옥주는 민희를 성적으로 유린한 최프로(김지훈)를 추격한다. 후진을 모르는 옥주의 복수가 이야기를 관통한다. 이 감독은 “최근 몇 년 사이 있었던 사회적 문제”를 염두에 두고 ‘발레리나’ 극본을 썼다. 그는 “현실에서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영화 안에서라도 통쾌함을 담아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발레리나’는 N번방 사건 같은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했으나 메시지 강박은 없다. 93분 동안 서늘한 웃음과 화려한 액션이 교차한다. 서사가 부족하다는 평이 따르나 감독의 색깔은 분명하다. 복고적인 색감과 광각렌즈의 잦은 사용이 홍콩 영화 ‘중경삼림’(1994)을 떠올리게 한다. 이 감독은 “필름으로 찍은 듯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며 “홍콩 감독 왕자웨이(王家衛ㆍ왕가위)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영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감독을 꼽으라 하면 쿠엔틴 타란티노”라고 밝혔다.

영화는 서울에서 주로 촬영했으나 풍광이 낯설다. 이 감독은 “서울에 이국적인 곳이 많은데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선 잘 담기지 않았다”며 “옥주가 그런 공간을 배경으로 발레 공연처럼 복수극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 '발레리나'는 배우 전종서의 액션 연기가 눈길을 잡는다. 넷플릭스 제공

이 감독 영화들의 특징은 잔혹성과 반전이다. ‘몸 값’에선 여고생과 30대 남성이 모텔에서 흥정을 벌이다 관계가 역전되는 상황을 그렸고, ‘콜’은 두 여성이 시간을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다가 쫓고 쫓기는 사이가 되는 모습을 묘사했다. ‘발레리나’는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과 퇴장이 반전으로 작용한다. 여성이 서사 중심에 있는 것도 이 감독 영화들의 특징이다. 이 감독은 “고교시절 단편영화 만들 때도 여성이 주인공이었다”며 “여성 캐릭터가 판을 뒤집는 내용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계원예고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한국외국어대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했다.

이번에도 ‘콜’에 이어 전종서와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콜’을 인연으로 연인이 됐다. 이 감독은 “(‘발레리나’) 극본을 쓰면서 종서 배우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뭔가에 꽂히면 뒤를 계산하지 않는 성격의 종서 배우가 옥주랑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대체할 배우가 없어 그가 아니라면 이 작품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종서가) 운동신경이 좋다”면서 “저랑 무술감독님이 됐다 해도 (액션 연기를) 한번 더 해보겠다고 한 적이 많았다”며 연인의 연기 열정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감독은 해보고 싶은 영화 종류가 많다. “드라마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고 싶기”도 하다. 그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건 SF장르”라고 말했다. “굉장히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향”이 크다. ‘외계+인’ 1부(2022)와 ‘더 문’ 등 국내 SF영화가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는 상황에서 “(새 길이) 뚫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