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양산~울산 30분 생활권"… '부울경 경제동맹', 지방시대 미래 연다 [2023 미지답 포럼]
광역 철도망 구축·수소산업 육성 공동 대응
그린벨트 해제 권한 이양 등 규제개선 성과
부산과 울산, 경남이 본격적인 ‘초광역’ 협력에 나섰다. 행정구역 단위에 집착한 소모적인 경쟁으론 수도권에 맞설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서로 득이 되는 사업을 공동 추진해 새로운 국가 성장축으로 도약하는 동시에 수도권과 중국 베이징ㆍ상하이, 홍콩, 일본 도쿄ㆍ오사카ㆍ나고야와 함께 동북아 8대 경제권으로 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17일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추진단에 따르면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한 부울경 초광역권 발전계획(2023~2027년)이 이달 초 부산시를 끝으로 3개 시ㆍ도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초광역 경제동맹은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이 무산된 후 대안으로 추진된 협력체다. 최소 인력과 비용으로 광역 업무에 신속ㆍ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공식 출범했다. 24일 부산에서 열릴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미지답) 포럼에서도 ‘부울경 경제동맹’ 실현을 위한 전략과 과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부울경 초광역권 발전계획은 △주력산업 고도화 및 첨단 신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 혁신 기반 마련 △생활권 확장 통행수요에 대응한 광역 인프라 구축 △생활 여건 개선을 통해 시ㆍ도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 향상 등 3가지로 요약된다. 목표는 연평균 경제성장률 3%, 광역 출퇴근 일일 통행시간 1시간, 5년 내 시ㆍ도민 삶의 만족도 7.5점(2019~2021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 5.9점) 달성이다. 이 과정에 필요한 12개 핵심과제와 69개 실천과제도 제시됐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역 간 이동 제한을 뛰어넘을 수 있는 광역 교통망 확충이다. 현재 철도를 이용해 경남도청에서 불과 40km 떨어진 부산시청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정도로 370km나 떨어진 서울시청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비슷하다. 울산은 서울 면적의 1.7배가 넘지만 광역시 중 유일하게 지하철조차 없다.
이에 부울경 3개 시도는 광역철도 건설에 힘을 모으고 있다. 비수도권 최초로 건설을 추진 중인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는 KTX울산역에서 양산 웅상, 부산 노포를 연결하는 길이 48.8km 노선이다. 총 사업비는 3조424억 원, 2030년 개통이 목표다. 추진단 관계자는 “광역철도가 개통하면 울산 신복에서 부산 노포동까지 30분대 생활권이 구축된다”며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할 남부권 성장 추진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조선, 항공 등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한 신산업 벨트 조성에도 머리를 맞댄다. 핵심 전략은 수소산업 육성이다. 세계 수소 생산 시장 규모는 2020년 1,296억 달러(약 177조 원)에서 연평균 9.2%씩 성장해 2025년에는 2,014억 달러(약 27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의 2021년 보고서를 보면 전국 수소 관련 기업 526곳 가운데 131곳(24.9%)이 동남권에 자리 잡고 있다. 수소 생산ㆍ저장ㆍ운송업체 10곳 중 4곳도 동남권에 있다. 특히 부산은 수소선박과 항만 활용산업에, 울산은 수소자동차 완제품과 부생수소 생산 및 공급에, 경남은 수소산업 전후방 연구기관 밀집 측면에서 각각 강점을 지녔다. 협업 시 명실상부 국내 최대 규모 ‘수소 선도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강영훈 울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 지역에 산재한 수소 인프라를 묶어 유기적 생태계를 형성하면 수도권 정보통신기술(ICT)산업에 대적할 수소산업 전 주기 기술 발전을 부울경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개 시ㆍ도가 한목소리를 내면서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지방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30만㎡ 이하에서 100만㎡ 미만으로 확대하고, 그린벨트 최소 폭 5㎞의 규정도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수소버스 구매 등 부울경 15개 협력사업 예산 3,258억 원을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한 것도 공동 사업을 발굴ㆍ대응한 결과다. 박시환 추진단장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동북아 8대 광역경제권에 진입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선 민관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부울경 시도민의 다양한 의견과 행정수요가 반영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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