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중·장년 고소득층 관심 큰 '정치 법안' 처리에 관대했다
4050 고소득층 관심 높을수록 가결 많아
'쪼개기' '복붙' 남발로 법안 가결률 '뚝'
21대 국회가 중·장년(4050세대) 고소득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법안을 상대적으로 많이 처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른 집단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과 관련한 법안의 경우, 입법 수요가 높아도 장기간 계류되는 경우가 많아 입법과 민의의 불일치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지평·한국리서치·스트래티지앤리서치(JHS)가 발표한 '21대 국회 정책입법 진단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4050세대 고소득층의 여론 중요도(해당 정책에 대한 여론 관심도×지지도·평균 21.0)가 높은 법안일수록 처리된 법안 수가 많았다. 이들 집단에선 여론 중요도가 10 이하의 법안은 265건이 처리된 반면, 여론 중요도가 30 이상인 법안은 511건 처리됐다. 여론 중요도를 기준으로 △10~15인 법안 305건 △15~20인 법안 315건 △20~25인 법안 384건 △25~30인 법안 487건 순이었다.
2021년 4월과 올해 3월 실시한 입법정책 여론조사와 21대 국회 접수 법안 2만3,360건에 대한 인공지능(AI) 및 통계분석을 통한 결과다. 주요 여론계층을 2030세대 여성·남성, 4050세대 저·중·고소득층, 60대 이상 연령층 등 6개 집단으로 나눠 계층별 관심도와 지지도 등을 여론 중요도와 입법 타당도(종합적인 법안 평가, 평균 19.9) 지수로 환산했다.
국회 입법, 민의와 불일치하는 경향
다른 집단에선 이 같은 경향이 확인되지 않았다. 일례로 2030세대 남성의 경우 10 이하의 법안이 312건 처리됐지만, 30 이상 법안은 191건이 통과됐다. 2030세대 남성들이 관심을 가진 법안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법안이 많이 처리됐단 얘기다. 나머지 집단도 비슷하다.
4050세대 고소득층은 다른 집단에 비해 공직선거법, 형사소송법 등 정치 현안과 밀접한 법안에 관심을 더 많이 갖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구 광역·기초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전체 여론 중요도는 27.4였지만, 4050세대 고소득층에선 37.1을 기록했다. 영상재판 절차 규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전체 여론 중요도가 19.0이었지만, 4050세대 고소득층에선 30.4로 조사됐다. 더욱이 두 법안은 입법 타당도가 각각 11.0, 11.76으로 평균치보다 낮았지만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체적으로 높은 여론 중요도와 입법 타당도를 보인 민생 법안은 장기 계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보호관찰관이 고위험 전자발찌 피부착자의 주거지를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은 여론 중요도 32.6, 입법 타당도 26.02였지만 국회에서 2년째 계류 중이다. 공시가격 9억 원을 초과하더라도 1인 1주택자에게는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을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한국주택금융공사법도 2년 9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회 입법이 정책과 민의에 일관되게 부합하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7대 50.3%이던 법안 가결반영률… 절반 가까이 떨어져
법안 가결반영률(원안 가결·대안 반영)은 날로 하락하고 있다. 17대 국회는 50.3%였지만 △18대 44.4% △19대 41.7% △20대 36.4% △21대 29.5%(2023년 10월 현재)로 이번 국회에선 17대 국회를 기준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정부 발의 법안은 매 국회별 1,000여 건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의원 발의 입법이 급증한 탓으로 분석된다. 17대 국회에선 5,728건이었던 의원 발의 입법은 △ 18대 1만1,191건 △19대 1만5,444건 △20대 2만1,594건 △21대 2만2,482건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발의 건수 증가로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되는 법안도 19대 국회 59% 수준에서 21대 국회 69%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일명 '복붙(복사·붙여넣기) 법안'으로 불리는 지나치게 많은 중복 법안 발의도 가결률 하락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과다 중복 법안 발의는 효율적인 법안 처리의 장애 요인"이라며 "국회가 합리적 법안 처리를 위한 원칙과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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