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카펫 수도'에서 북미 최대 태양광 패널 공장으로…한화솔루션 "전 생산 라인 풀가동 준비"
몰려드는 수요 대응 위해 공장 자동화
추가 공장 가동으로 미 전체 수요 25% 차지
IRA 등 정책 지원 덕분에 연 1조원 세제혜택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공항에서 북서쪽으로 차량으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돌턴. 한때 '세계 카펫의 수도'로 불릴 정도로 섬유 공장이 몰려 있던 이곳에 북미 최대 규모의 태양광 패널 생산 업체인 한화솔루션의 공장이 들어서 있다. 11일(현지시간) 찾은 돌턴 한화솔루션 큐셀 공장에서는 시계태엽처럼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패널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손바닥 크기의 셀을 가로 11개, 세로 12개씩 이어 붙인 2미터 크기의 모듈에 유리판, 시트,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 공중합체 수지(EVA) 등을 붙였다. 150도 열을 가해 각 부품을 부착한 뒤 상온에서 EVA를 굳혀 1개의 패널이 완성되는 데 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직원 1,700여 명은 매일 3만 장 넘는 태양광 패널을 만들고 있다.
전체 공정마다 모니터가 달려 있고, 부품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때까지 초를 재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수요가 몰려드는 만큼 공정별로 시간을 꼼꼼하게 재고 있다"며 "1공장은 풀가동 상태이고 2공장도 안정화 이후 쉬지 않고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7월 첫 제품을 양산한 2공장에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무인로봇이 필요한 자재를 전달하고, 로봇팔이 자재를 투입하는 등 모든 공정에 자동화 시스템이 쓰인다.
이곳에서 시내 방향으로 84km 떨어진 카터스빌에는 130만 제곱미터(㎡)의 허허벌판에 태양광 패널 공장이 건설 중이다. 축구장 180여 개를 이어 붙인 크기의 이 땅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나무가 빽빽한 숲이었다. 매일 450명의 인부와 80여 대의 중장비가 투입되어 기초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체 공정 대비 17% 수준으로 내년 4월부터 순차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서 유일하게 태양광 전 밸류체인 구축
한화솔루션은 이곳에 3조2,000억 원을 투입했다. 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해외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다. 카터스빌 공장까지 돌아가면 한화솔루션의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올 상반기보다 다섯 배 늘어난 8.4기가와트(GW)가 된다. 이는 미국 내 태양광 설치 수요의 25%를 차지하는 규모로 130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무엇보다 카터스빌 공장 가동에 따라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패널 생산에 필요한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셀, 모듈까지 전체 생산 과정을 갖춘 단 하나의 기업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게 되기 때문이다.
IRA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로 미국 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혜택이 집중된다. 특히 전체 품목이 아니라 개별 부품마다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태양광 패널 주요 부품 모두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한화솔루션은 올해부터 앞으로 10년 동안 연간 8억7,5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의 세제 혜택을 받게 됐다. 이는 한화솔루션 제품의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1분기 기준 미국 주택용 시장에서 19개 분기 연속, 상업용 시장에서는 14개 분기 연속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전체 태양광 패널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발전용 시장에서는 중국 저가 패널 업체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정적 태양광 에너지 수요 급증…현지 공장 보유한 한화에 기회
하지만 IRA 등 미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 수혜를 입은 한화솔루션에도 기회가 생기고 있다. 유재현 한화솔루션 돌턴공장 운영기획팀장은 "보조금 등의 영향으로 미국 곳곳에서 태양광 발전 단가가 기존 전력의 단가 이하로 떨어지면서 태양광에 대한 경제성이 확보됐다"며 "IRA 시행으로 태양광 패널 투자 세액 공제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태양광 설치 수요는 2022년 19GW에서 2026년 44GW로 5년 사이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공급망에 타격을 입으면서 안정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발전사에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받아 왔던 글로벌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례적으로 태양광 패널 제조사인 한화솔루션과 협약을 맺었다. 자신들이 계약 맺은 발전사가 안정적으로 태양광 패널을 공급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박흥권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미국사업본부장은 "카터스빌 공장이 안정화되는 2024년 말이면 전체 공장이 생산 가능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공장 건설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의 조 단위 투자를 유치한 조지아 주정부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3월 인허가를 받은 지 1년 2개월 만에 공장을 정상 가동한다는 한화솔루션의 계획을 추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밥 코젝 조지아주 경제개발국 글로벌커머스 본부장은 "조지아는 2019년 1월부터 법인세율을 5.75%로 낮췄으며 세금 혜택 이외에도 정책·인력·부지 개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한화솔루션 등 투자 기업에 즉시 투입될 수 있게 주정부 차원에서 기술대학을 통한 맞춤형 교육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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