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우려에… 바이든은 오늘 이스라엘 방문

네타냐후와 하마스 대응 논의 후
팔레스타인·이집트·요르단 회동
이스라엘엔 미군 2000명 파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인권 캠페인 만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전면 해체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입장에 지지를 보냈지만, 가자지구 점령에 대해서는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방문한다고 백악관이 17일 밝혔다. 바이든은 이스라엘 방문 직후 인접국 요르단의 수도 암만을 찾아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등과도 만날 예정이다.

미 언론들은 바이든의 이번 방문이 “안전 문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놀라운 ‘도박(gamble)’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란 등 다른 중동 국가가 참전해 전쟁이 커지는 것을 막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나섰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를 거듭 밝히고,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최소화 방안과 가자 지구 남쪽 이집트 국경 통로 확보 등도 논의할 전망이다. CNN은 “바이든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흔들림 없이 지원하면서도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막는 미묘한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 CNN 등에 따르면 미군 약 2000명으로 구성된 ‘신속 대응 부대’가 이스라엘로 이동 중이다. 이 병력은 전투에 투입되진 않고 의료와 병참 등 측면 지원 임무만 수행한다고 전해졌다. 미 언론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이 중동 지역으로 번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미군의) 군사 태세를 강화하고 무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면서도 “미국의 중동 내 병력 증강은 의도와 달리 미국의 개입을 심화시킬 위협이 있다”고 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17일 이스라엘을 향해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눈 범죄와 관련해 심판받아야 한다”며 “우리는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응답해야 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하마스를 섬멸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16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서 아이를 안은 한 남성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지나가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조정관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의 이스라엘·요르단 방문에 대해 “우리는 (중동 일대에서) 갈등 고조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고 중동 지역의 전운이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요르단 등 중동 각국을 돌면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했다.

이런 상황에 바이든은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이스라엘 지상군 진입 시 전쟁법 준수를 비롯해 이스라엘 측의 가자 지구 대피령으로 발생한 난민들에 대한 물과 식량, 에너지 공급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현재 가자 지구 남쪽에서 이집트로 가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관문’을 이집트·이스라엘과 협의해 일시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RWA)는 이날 성명에서 “가자 지구 전역 모든 병원의 연료 비축량이 24시간 지나면 바닥날 것”이라며 연료 공급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 지구 내 상점의 식량 재고는 4~5일을 버틸 정도 외에는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피난객들이 16일(현지시각) 이집트로 넘어가기 위해 라파 국경 통행로에서 대기하고 있다./UPI 연합뉴스

백악관이 바이든의 이스라엘 방문 조건으로 ‘지상군 진입 연기’를 요청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선 나온다. 그러나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이스라엘인들에게 (회담) 조건이나 작전 방향을 지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2월에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예고 없이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깜짝 회담’을 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이 방문할 이스라엘 텔아비브는 가자 지구에서 불과 64㎞ 정도 떨어져 있어 하마스 로켓포의 사정권이고 헤즈볼라(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 단체)의 공격에도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엄청난 안보 도전”이라고 했다.

로이터는 “바이든은 이번 방문으로 미국 내 정치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미국인의 약 78%가 가자 지구 주민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하마스 전 수장인 칼레드 메샤알은 알아라비TV에 “6000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남성과 여성이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 감옥에 수감돼 있다”며 “우리는 이들과 교환하는 대가로 이스라엘 포로들을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또 이날 하마스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 측은 가자지구에 200~250명의 인질이 있고 알카삼 여단이 그중 200명을, 다른 파벌이 나머지 인원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하마스는 지난 7일 납치한 21세 여성 인질을 치료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