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에 유럽 최고 악단 지휘자 된 메켈레 “조언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 스승 덕분”
스물일곱 살 청년이 뉴욕 양키스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명문 팀의 감독이 될 수 있을까. 언뜻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이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일어난다. 핀란드 출신의 청년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7)가 주인공. 지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명문 악단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임명됐다. 이 악단은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과 더불어 흔히 ‘세계 3강’으로 꼽힌다.
오는 28일과 30일 오슬로 필하모닉과의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메켈레가 국내 언론들과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2021년 오슬로 필, 2022년 파리 오케스트라와도 내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연기됐고 세 번째 추진 끝에 성사됐다. 그는 “운 좋게도 12세에 전설적인 스승 요르마 파눌라(93)와 만나서 공부하기 시작한 일”을 음악 인생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핀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원의 지휘 교수인 파눌라는 에사 페카 살로넨(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수잔나 멜키(헬싱키 필하모닉 명예 감독) 같은 명지휘자들을 길러낸 것으로 명성이 높다. 한국에서도 피에타리 잉키넨 KBS 교향악단 음악 감독과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전 감독이 모두 ‘파눌라 사단’이다. 구순이 훌쩍 넘었지만 지금도 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현역이다. 메켈레는 “핀란드가 지휘 강국, 음악 강국으로 부상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파눌라의 존재 덕분”이라고 했다.
메켈레는 “스승의 수업에서 가장 독특하고 훌륭한 대목은 제자들에게 매주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최근 뉴욕타임스도 ‘지휘 강국’ 핀란드의 부상을 보도하면서 파눌라의 지휘 철학과 음악관을 집중 조명했다. 파눌라는 지휘 동작에 대해서는 거의 간섭하지 않는 편이지만 ‘지휘하는 동안에는 말하지 않고 오로지 동작만으로 모든 표현을 하라’고 가르친다. 제자 메켈레도 “파눌라는 저희에게 ‘이렇게 저렇게 지휘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는 않았다. 매주 지휘를 하고 나면, 파눌라가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제자들끼리 상호 비평(review)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실전 훈련과 현장 학습, 토론식 수업을 강조했다는 뜻이다.
메켈레는 말 그대로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바이올리니스트, 아버지는 첼리스트,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여동생은 발레리나다. 지휘봉 이전의 첫 악기는 첼로. 그는 “첼로도 매일 연습한다. 어제도 첼리스트로 연주회를 가졌고, 지금도 대기실에 첼로가 곁에 있다”고 했다. 지휘자의 본분에 대한 질문에 그는 “작곡가를 대신해서 곡을 현실로 불러낸다는 점에서 ‘작곡가를 위한 일꾼(servant)”이라고 답했다. 메켈레 지휘의 오슬로 필 연주회는 28일 고양아람누리,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메켈레의 고국인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 5번과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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