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 부족으로 환자 큰 고통, 국민·의사 윈윈 방안 찾아야
정부가 2025년 대입부터 국내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의사협회는 반대 투쟁을 예고 했다. 일부에서는 과거처럼 또 의사 파업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의사가 부족해 겪는 국민 불편은 이제 고충을 넘어 고통에 이르렀다. 수명 연장과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의료 수요는 늘어났는데 의사 수는 늘지 않으니 곳곳에서 심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동네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는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하는 ‘오픈런’이 일상이고,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소식까지 끊이지 않는다. 하루가 급한 암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려고 수개월 대기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방 의료 공백은 ‘의료 상경’을 불러와 서울 대형 병원 인근에는 이른바 ‘환자촌’이 형성됐을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이른바 ‘빅5′ 병원에서 상경 치료 받은 비수도권 환자만 71만여 명이다. 암 환자의 경우 지난 5년간 103만여 명이 원정 치료를 받았다는 통계도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 국가에서 아픈 국민이 자기가 사는 곳에서 제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받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수가 인상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의사의 절대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은 여러 현상과 수치로 볼 때 분명하다.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학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 늘리고 순차적으로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30년 후 OECD 의사 수 평균에 도달하려면 의대 정원을 5500명 늘려야 하고, OECD와의 지금 격차를 유지만 하는 데도 2535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당장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의사 부족에 따른 국민 고통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국민의 의료 수요와 의사들 주장을 둘 다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의대 증원만큼 중요한 것이 응급의학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같은 기피 과목에 대한 보상 확대다. 의료사고 부담 완화, 지방 의료에 대한 체계적 지원 방안도 시급하다. 의사들도 국민 고통이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 다수가 원하는 의대 정원 확대와 현 의료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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