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마지막 ‘투정’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10. 18. 03:22
<제14보>(187~215)=승부 세계에서 패배는 곧 지옥이다. 아쉬움과 허탈함이 너무 커서 쉽게 항서를 쓰지 못한다. 최후가 임박하면 패배 선언에 앞서 마지막 ‘투정’을 부려본 뒤 장렬히 산화(散華) 한다. 패자의 그 마지막 의식(儀式)은 관객 입장에서 보아도 처절하고 애잔하다. 불패의 승부사 사카다(坂田榮男)조차 바둑을 가리켜 ‘슬픈 드라마’라고 했다.
승리를 눈앞에 둔 쪽은 상대의 투정에 관대하다. 패배의 아픔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186(□)이 바로 패배 직전에 던져넣는 투정의 한 수. 상대 실책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정리하고 현실을 인정하기 앞서 마지막으로 펼치는 굿판 같은 것이다. 흑은 196 자리에 두어 백 한 점을 잡으면 그만이지만 짐짓 춤사위에 함께 발을 맞춰 준다.
백의 이 마지막 시도는 이번에도 불발로 끝났다. 좌변에 비슷한 크기의 패가 또 있어 양패(兩覇) 형태가 됐기 때문. 208까지 한쪽씩 나눠 가져선 백이 얻은 게 없다. 그래도 위정치는 몇 수 더 두어 보다가 215 때 돌을 거뒀다. 참고도 1, 3으로 파호(破戶)해 흑 대마를 공격하고 싶지만 4의 끼움수로 A, B를 맞봐 성립하지 않는다. (192 198 204…△, 195 201…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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