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통계, 새로운 질문이 필요해
“통계청장님, 지난달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1기 자문단 출범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우리 국민이 살아온 100년을 반추하고 앞으로 살아갈 100년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조사다’ 그런데 앞으로 우리 국민이 살아갈 100년의 통계에 비혼 동거 커플의 자리나 성 소수자의 자리가 있습니까?” 지난 12일 통계청 국정감사가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논란’으로 점철된 가운데 불쑥, 전혀 다른 주제가 튀어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질의였다.
5년 주기로 조사하는 인구주택총조사는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 주택의 규모와 그 특징을 파악하기 위한 국가 기본 통계 조사다. 하지만 가구 구성에 대한 전제가 지나치게 혈연 중심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실시 당시 ‘가구주와의 관계’에 대한 14개 선택 항목 중 13개 항목이 혈연 관계였다. ‘부모의 형제자매의 배우자’까지 친히 명시한 반면, 혈연 관계가 아닌 가구는 ‘그 외 같이 사는 사람(고용인, 하숙인 등)’으로 뭉뚱그려졌다. 장 의원은 성 소수자까지 언급했지만, 결국 질문의 요지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가족 통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통계청장은 “확인해보겠다”는 뜨뜻미지근한 답을 내놨다.
‘가족=혈연’이라는 공식은 깨지고 있다. 작년 여름, 친구나 연인과 산다는 ‘비(非)친족가구’ 구성원이 2021년 기준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썼다. 비친족가구는 8촌 이내 친족이 아닌 남남끼리 사는 5인 이하의 가구를 뜻한다. 가구 수로 따지면 47만2660가구로 전체 가구의 2% 수준이다. 비율은 작지만 해마다 역대 최대치를 고쳐 쓰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이 비친족가구를 꾸리는지 국가 통계로 확인할 길은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통계가 없으면 관련 정책도 나올 수 없다.
취재해보니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20~30대 1인 가구가 비싼 주거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친구나 애인과 집을 합친 경우가 흔했다. 사례는 주변에 차고 넘쳤다. 행시 동기와 방 3개짜리 아파트에 사는 30대 중앙부처 사무관은 동거인에 대해 “고시 준비 때부터 수년간 같이 동고동락하다 보니 이젠 정말 가족이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꼭 피가 섞였거나 결혼을 해야만 가족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작년엔 어땠을까?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업데이트된 수치를 찾아보니 ‘역시나’였다. 지난해 비친족가구는 109만8224명으로 1년 전보다 더 늘었다. 가구 수는 50만 가구를 넘었다. 전통적인 가족의 경계가 옅어지면서 ‘가족’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그런데 통계는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그대로 머무는 것 같다. 바꿀 의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정권 입맛대로 요리가 필요할 때는 그렇게 쉽게 바뀌더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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