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
당내서도 인사 문제 알고있다는 뜻
당원들 불만에도 金대표는 귀닫아
용산에 할 말 한다며 행동은 반대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김기현 2기’ 지도부 인선을 위해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기존의 친윤·영남 출신 임명직 지도부가 모두 사퇴한 뒤 후속 인사를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조수진 최고위원이 한 당직자와 인사안에 대해 나눈 카톡 대화가 카메라에 잡혔다. 인사 초안을 본 당직자의 첫 반응은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ㅜㅜ”였다. 그러면서 “후임 당직은 시기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데. 서두를 필요없는데. 연기하자고 해요.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라고 했다. 인사안이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누구보다 당 내부에서 가장 잘 알고 있었다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지도부의 박대출(경남 진주) 정책위의장을 다시 총선 공천 등을 관리하는 사무총장으로 쓰려 했다는 것도 공개됐다. 이에 최고위원들이 반발하자 새롭게 임명된 사무총장이 또다시 영남 출신인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이었다. “비상식적 인사란 걸 김 대표만 모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작년 수해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김성원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김 원장은 이 발언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17일에도 새 지도부 인선에 대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영남끼리 다 해먹어라” “당 대표는 울산, 원내대표는 대구, 사무총장은 경북 영천. 영남당으로 총선 치르면 4년 전처럼 또 폭망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여의도의 국민의힘 당사와 국회는 조용했다. 지난 주말 잠깐 와글거렸던 쇄신 요구는 벌써 빛바랜 추억으로 남았다.
김 대표는 수도권 인재 풀이 좁아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현재 국민의힘의 수도권 의원은 17명이다. 결국 김 대표는 이 중 한 사람도 사무총장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이런저런 사유가 거론됐지만 결국 핵심은 모두 ‘친윤이 아니다’ ‘대통령실과 호흡이 부족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됐다고 한다. 현재 당 주류에서 공천권만은 못 내려 놓겠다는 것이었다. 민심을 보겠다고 했지만 용산만 본 인사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용산에 할 말은 하겠다면서 행동은 정반대니 감동이 없었다.
김 대표는 “총선에서 지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장 “불출마 선언을 해도 모자랄 판에 당연한 얘기 아니냐”는 반응부터 나왔다. 과연 ‘김기현 체제’가 얼마나 더 갈지 지켜보자는 게 냉혹한 민심이다. 김종필 전 총리는 늘 “민심은 호랑이”라고 했다. 웅크렸던 민심의 호랑이가 총선 전에도 언제든 김 대표를 덮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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