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이 깊어지네
밤 크림·조림 디저트
한국의 사계절과 제철 요리를 아름답게 담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김태리는 말한다. “밤조림이 이렇게 맛있다는 건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깊어가는 가을 밤[夜] 가을 밤[栗]을 활용한 디저트가 제철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보늬밤조림’은 밤을 활용한 가장 기본적인 디저트다. ‘보늬’는 밤이나 도토리 열매의 속껍질을 뜻하는 순우리말. 통통하게 익은 밤의 겉껍질만 정교하게 벗겨 낸 뒤, 잔털과 심지는 제거하고 속껍질은 살려 만든다. 이렇게 손질한 밤을 물에 넣고 끓인 다음, 설탕과 럼 등에 조려 여러 날 숙성시킨다. 그 수고로운 과정 때문에 ‘가을의 김장’이라 불리지만, 한입 물었을 때의 묵직하면서도 진한 밤 맛과 달콤함은 그 귀찮음을 잊게 한다.
직접 밤 조림을 만들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퍼머넌트해비탯’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2019년부터 ‘보늬밤조림’(6500원)을 판매해 온 이수빈(29) 사장은 매일 4kg의 밤을 직접 까서 밤조림을 만든다. 이씨는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커피와 잘 어울리는 디저트를 고민하다, 지인이 선물해준 밤조림을 먹게 됐다. 바로 커피가 생각나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전국에 있는 수십 종의 밤을 구해 테스트한 다음, 4년째 ‘퍼머넌트해비탯’만의 밤조림을 만들고 있다. 이곳은 밤조림 위에 레몬 필(잘게 자른 레몬 껍질)을 살짝 올려 내는 게 특징. 자칫 물릴 수 있는 밤조림의 달달함을 한 조각의 레몬이 완벽하게 보완해낸다. 밤이 나기 시작하는 10월 중순부터 겨울 끝자락인 3월 초까지만 맛볼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파롤앤랑그’는 ‘보늬밤파이’(9000원)로 유명한 곳이다. 지난 13일 방문한 매장 앞에는 평일임에도 1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지난해엔 신세계·갤러리아백화점 등에 팝업 매장을 열어 ‘오픈런 대란’을 이끈 곳이기도 하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바삭한 파이지에 풍미 가득한 밤 크림, 큼지막한 밤조림 3개를 올린 밤파이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음을 증명한다. 이 가게 임혜나(38) 사장은 “주변의 친숙한 재료를 활용해 담백하고 구수한 디저트를 만들고 싶었다”며 “눈으로 봤을 때도 그 맛이 느껴지도록 시각적으로도 신경 썼다”고 했다.
미니 케이크인 ‘몽블랑’은 ‘밤’ 하면 빠질 수 없는 가을 디저트의 대명사다. 밤으로 만든 마론 크림과, 달걀흰자를 거품 낸 머랭, 생크림과 설탕을 섞은 샹티이 크림이 주재료인 이 디저트는, 마론 크림 위 뾰족한 모양이 마치 몽블랑산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475년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출판된 책에 처음 ‘몬테 비앙코(몽블랑의 이탈리아어)’란 이름이 등장했고, 이후 실제 이 산이 걸쳐 있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세기 초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3대 케이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해마다 가을이면 일본 디저트 가게의 쇼케이스는 몽블랑으로 가득 찬다.
몽블랑의 핵심은 ‘밤 크림’의 완성도다. 국내에선 롯데호텔 델리카한스의 ‘몽블랑’(1만5000원)이 유명하지만, 최근엔 각 동네의 개성 있는 카페에서도 이를 만나보기가 어렵지 않다. 서울 종로구 누상동 ‘카페 누’ 몽블랑(7000원)은 대구에서 이미 몽블랑으로 이름을 떨친 주인이 서울에 도전장을 낸 가게다. 달콤쌉싸름하면서도 부드럽고 촉촉한 몽블랑의 식감을 제대로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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