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 ‘도시락’ 불티… 작년 러 매출 65% 급증
값 크게 올렸지만 매출 급성장
hy(옛 한국야쿠르트)의 식품 계열사로 비빔면·컵라면을 주로 생산하는 팔도는 작년 매출 1조389억원을 올렸다. 2021년과 비교해 2710억원 늘었다. 이를 지역별로 분석해 보니, 국내·베트남 매출 증가는 800억원에 그친 반면,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1900억원이 늘었다. 팔도는 사각형 컵라면인 ‘도시락’을 앞세워 러시아에서 2018~2021년 연 매출 2800억~3000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4915억원으로 1900억원(약 65%)가량 급증한 것이다. 올해 실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러시아 매출은 작년보다 오히려 더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선 해외 기업들이 사실상 철수하다시피 하면서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팔도가 러시아에서 매출 급성장을 달성한 이유는 뭘까?
팔도 측은 “공장 증설로 공급량이 늘고, 제품 값도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식품 업계에선 2022년 2월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특수(特需)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락’은 러시아 용기면(컵라면) 시장 점유율 60% 안팎으로 10년 가까이 1위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부터 러시아에서 비축용 식품으로 컵라면인 ‘도시락’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작년 10월엔 현지 매체에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 남성이 도피 생활을 하면서 통조림, 설탕 등과 함께 ‘도시락’을 챙겨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팔도가 제품 가격을 올린 것도 전쟁 때문이다. 팔도는 작년 러시아에서 ‘도시락’ 가격을 평균 27% 정도 인상했다. 팔도 측은 “전쟁으로 팜유 등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라 가격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하는 것과 달리 팔도는 작년 10월 러시아에서 사업을 접는 스페인 식품 업체 GB푸드를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팔도의 ‘도시락’이 러시아에서 인기를 끈 것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초 부산항에 들어온 러시아 선원들이 팔도의 도시락을 대량으로 사갔다. 러시아에서는 기차를 오래 타는 경우가 많은데, 사각형으로 넓적한 ‘도시락’은 잘 쏟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팔도 ‘도시락’은 국내 컵라면중 유일하게 용기를 사각형으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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